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Dec 24. 2020

돌려줄 때가 되었다

2020. 12.24

몇달전 둥이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있었다. 

엄마가 정리정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장난감을 버리겠다고 몇차례나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엄마말을 듣지 않았다. 둥이들이 울며불며 매달렸으나 엄마의 의지는 강했다. 결국 레고가 가득 들어있는 상자 하나가 '축출'되었다. 

둥이들은 금세 레고가 있었는지도 까먹고 잘 놀았지만, 엄마아빠의 고민은 시작됐다. 둥이들의 기강을 잡기 위해서는 이 귀하고 비싼 레고를 내다버리는 것이 마땅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일단 보일러실에 잘 모셔뒀다. 

그렇게 몇달이 흘렀다. 가끔씩 둥이들이 놀이방에 남은 소량의 레고를 갖고 노는 것을 보면, 안쓰러워서 당장 보일러실에 있는 레고를 가져다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역시나 기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기강해이 없이 레고를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아내가 묘수를 내놓았다. "크리스마스에 돌려주자." 선물은 당연히 별도로 주고, '보너스' 개념으로 산타할아버지가 쓰레기장에 있던 레고를 다시 찾아준 것으로 일을 꾸며보기로 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 둥이들에게 레고를 돌려주는 날. 과연 내일 아침 둥이들은 레고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1. '진짜 선물'에 정신이 팔려 레고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2.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엄마아빠를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3. 1.4후퇴 때 헤어진 친동생이라도 만난 것처럼 레고 상자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3번이면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3번 가능성이 제일 낮아보인다....어쨌든 개봉박두. 


 

오늘도 공룡들에게 새생명을 주고 계신 둥이사우르스님들. 

  

 

작가의 이전글 드디어 그네에 올라간 우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