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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24. 2021

오랜만에 열이 난 둥이들

2021.01.24

지난주 아빠가 쉬는 금토 이틀간 둥이들은 바빴다.

금요일에는 치과 검진, 토요일에는 소아과에서 영유아 검진. 

치과 검진은 다행히 이상무. 우재에게 충치 새싹(?)이 하나 보인다고는 하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치과 선생님이 진단을 내려주셨다. 

영유아 검진 역시 큰 이상이 없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둥이들 신체사이즈의 백분율표를 보기 전까지는. 

유준이의 몸무게는 충격적이게도 하위 1%로 판명되었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4%였는데 더 하위권으로 내려왔다. 엄마는 유준이가 살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먹일 기세로 키웠지만, "안먹고 많이 움직이는", 다이어트의 달인처럼 지난 5년간을 보낸 유준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잘 먹고도 살이 안찌면 정밀진단이라도 받아보겠지만, 안먹고 많이 움직이고 안찌는데...진단이 무슨 소용이랴. 그래도 엄마는 다시 비상이 걸렸다. 일단 5% 진입을 목표로 무엇을 먹일 것인지 엄마는 또 고민의 고민에 빠졌다. 지금 같아서는 버터를 기름에 튀겨서 먹일 기세다.  

우재는 좀 다른 신체 사이즈에서 충격을 받았다. 우재의 체중 역시 많이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하위권은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전례없는 먹성을 보이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키 역시 유준이나 우재나 큰 편은 아니지만 아빠가 중학교 진학 이후 폭풍성장을 했던 전력이 있어 유전자의 힘을 믿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우재의 머리둘레다. 70%대에 들어가 있다. 외할머니가 예쁜 뒤통수를 만들어주려고 나자마자 요리조리 눕혀가며 돌봐주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키와 몸무게에 비해 엄청 도드라진다. 뭐 그래도 이쁘기만 하니 별 문제는 없다. 

소아과에 간 김에 주사도 두방씩 맞았다. 예방주사를 양쪽 어깨에 모두 맞았는데 유준이나 우재나 울지 않았다. 다 컸다 싶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예방주사 후유증이 몰려왔다. 유준이가 새벽에 계속 "시원한 물"을 찾은 것이 심상치 않아 열을 재보니 39도 가까이 올랐다. 부랴부랴 해열제를 먹었는데 먹는 도중 게워냈다. 쥬스와 함께 다시 먹이고, 이마에 해열패치를 붙여 눕혔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우재가 토할 것 같다고 화장실로 뛰어가 토를 하기 시작했다. 열을 재보니 미열이 있다. 역시나 해열제를 먹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유준이가 다시 토를 했다. 

엄마가 두 녀석을 끼고 침대에서 좀 쉬니 안정이 됐다. 열도 내렸다. 재택근무를 하며 목소리를 들어보니 다시 돌아온 듯 했다. 엄마가 특별히 해준 닭죽을 잘 먹고(우재는 리필까지) , 내가 회사로 출근할 때까지 잘 놀았다. 

야근을 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우재는 다시 열이 나서 해열제를 먹고 잠이 들었고, 유준이는 속이 안 좋아 저녁을 건너 뛰었단다. 아내가 보내준 사진을 보니 그새 살이 빠진 듯 아이들 눈이 쾡하다. 

코로나19로 항상 마스크를 하고, 외출도 줄이니 아이들이 월례행사처럼 앓던 감기는 거의 걸리지 않고 한해를 보냈다. 그랬더니 엄빠 모두 방심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쉽게 크는 듯 하면서도 수월하게 자라지는 않는다. 


최근 새로 집에 들인 어피치와 무지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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