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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r 12. 2021

넓고넓은 '유딩의 세계'

2021.03.12

유치원 2년차를 맞이한 둥이들은 무사히 달님반에 적응한 듯 하다.

가끔은 등원버스에서 울고 있는 별님반 동생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담임선생님이 바뀌었지만 등원길과 유치원은 그대로이니 나름 익숙한가 보다. 씩씩하게 잘도 다녀온다.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나가는 뒷모습이 대견하다.

그러나 유치원 생활에는 등원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유딩들만의 사회생활도 있다.

항상 장난기 많고 재빠르게 뛰어다니지만 유준이는 걱정이 많은 아이다. 백일이 되기도 전에 "그건 위험하다" "그리 가면 안된다" "뛰지말고 천천히 가라" "앞을 보고 가라"고 따라다니며 잔소리한 아빠 때문인지 걱정이 많다. 또 게임의 규칙이 있으면 그건 꼭 지켜야 하는 아이다. 그것 역시 아빠에게 배운 것 같다. 


유딩의 세계에서 유준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뼘 쯤 더 성숙한 아이인 듯 싶다. 그래서인지 자꾸 친구들과 놀 때 겉돈다. 유준이는 규칙도 없이 막무가내로 노는 아이들이 이해가 안가고, 다른 아이들 눈에는 그냥 놀면 되는데 자꾸 따지고 드는 유준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다. 


우재가 유준이와 발걸음을 맞춰주면 좋으련만, 우재 역시 아직 6살 유치원생이다. 시야가 그리 넓지 않다. 노는데 집중하면 유중이가 잘 보이지 않는 듯 하다. 


그렇다고 그때마다 엄빠가 개입할 수도 없다. 유준이를 이해시키기도, 다른 아이들을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어린아이라고 사회생활이 없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 갈등이 있고 혼자 삭이기도 하고, 가끔은 터뜨리기도 한다. 


유준이든 우재든 그런 일이 있을 때 엄빠에게 망설임없이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 앞서 항상 엄빠가 유준이와 우재의 등뒤에 있음을 알고, 그 존재를 든든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3월부터 주말마다 그림교실에 다니는 유준이와 우재. 작은 창문 사이로 대각선으로 앉은 둘의 모습을 몰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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