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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1. 2021

몰래한 수술

2021.04.11

얼마전 우재가 놀다가 손에 가시가 박혔다.

가시가 박혔으면 빼는 것이 순리. 엄마는 소독솜과 바늘과 족집게를 준비해 바로 집도에 들어갔고, 얼떨결에 우재도 손을 맡겼다. 그러나, 곧 우재는 울음을 터뜨렸고, 수술은 중단됐다. "우재야, 너 주사도 잘 맞잖아. 이거 주사보다 덜 아픈거야"라고 달래보았지만, 우재는 "아니야, 주사보다 더 아파!!!"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밤에 우재가 잠든 사이에 엄마아빠는 다시 수술을 시도했다. 잠든 와중에도 우재는 손을 계속 감추려 들었고,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 가시는 며칠 뒤 자연스럽게 빠졌다. 


며칠 뒤 우재와 유준이가 모두 손에 가시가 박혀 돌아왔다. 나무를 받쳐주는 각목을 만지고 논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예 수술 시도도 못하게 한다. 우재는 지난번에 그 아픔을 기억하고 있고, 유준이는 그것을 옆에서 보았으니 그럴만 했다. 

엄빠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척 했다. 밥 많이 먹고 잠 잘자면 지난번처럼 가시가 빠질 것이라고 했다. 유준이는 샤워할 때도 가시가 있는 곳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세밤(3일)만 지나면 가시가 빠질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밤이 되었다. 엄마는 바늘과 족집게, 소독솜을 준비하고, 아빠는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잠든 쌍둥이들에게 다가갔다. 유준이의 가시는 이미 조금 솟아올라온 상태. 순식간에 빼고, 소독까지 완료. 우재는 가시가 조금 깊이 박혀 쉽지 않았지만, 엄빠는 포기하지 않았다. 바늘로 잘 들어내고, 가시를 빼고, 약까지 바르는데 성공. 자세히 보니 작은 가시가 하나 더 있어, 그것까지 성공. 우재는 피곤했는지 자면서도 조금 반항하기는 했지만, 수술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비몽사몽인 쌍둥이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애들아 손 봐봐. 가시가 진짜 빠졌나봐. 가시가 없어진거 같아" 아이들이 각자 손을 확인하더니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진짜!!" "우와, 진짜 세밤 지나니까 가시가 빠졌어!!!"


아무리 6살이고, 달님반 형님이라고 자랑해도 아직은 엄빠가 한 수 위다. 이것들아. ㅎㅎㅎ


올챙이 관찰에 열중하고 있는 쌍둥이들. 집에 데려와 키우겠다는 것을 말리느라 엄마가 고생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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