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Jun 07. 2021

"엄마, 이가 빠졌어"

2021.06.07

쌍둥이의 일정은 가끔 숨가쁘다. 오늘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놀이터로 직행했다가, 미용실까지 다녀왔다. 그래놓고도 또 나가겠단다. 5시에 놀이터에서 유치원 친구를 또 만나기로 했단다.유준이는 놀이터에서 넘어져 팔이 아팠지만,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팔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뼈나 인대가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다시 나가기로 했다. 방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준이 이가 빠졌어!!!"

오잉? 달려나가 보니 유준이 아래 앞니가 진짜 쏙 빠졌다. 혹시나 넘어질 때 다친 건가 싶어 물어보니 얼굴을 부딪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황당해하던 유준이는 아빠엄마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

아내가 천천히 살펴보니 이가 빠진 자리에 하얀 이가 조금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6살짜리가 벌써 이를 가나 싶어서 아내가 치과에 데려갔다. 다행히 젖니가 빠진 것이 맞단다. 요즘은 6살짜리도 젖니가 빠지는 경우가 꽤 있는 모양이다.

유준이와 아내가 치과에 간 사이 우재가 샤워를 하면서 묻는다. "내가 키가 더 큰데, 왜 이는 유준이가 먼저 빠져?" "키가 크다고 이가 먼저 빠지는 것은 아니야. 사람마다 다른거야"라고 설명했다.

치과를 다녀온 유준이는 뭐가 재밌는지 헤벌쭉 웃는다. 밥도 잘먹는다. "이가 하나 없으니 좀 불편해"라고 하면서도 재밌는 모양이다. 아래 다른 앞니도 흔들리는 것이 곧 빠질 모양이다.

아이는 괜찮은데 아내와 나는 심난해졌다. 성장이 너무 빠른 것은 아닐까. 키가 많이 안자라는 것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유준이는 '이빨 요정'에게 돈을 받겠다며 편지를 쓰고 있다. 원래는 이를 가져가지만, 편지를 쓰면 이를 주고 간다고 해서 열심히 쓰고 있다. 물론 엄마가 대필해 주고 있다.


이가 정말 눈꼽만하다.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