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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l 19. 2021

선물이 좋은 둥이들

2021.07.19

둥이들은 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큰 이모를 만났다. 

싱가포르에 사는 이모가 비행기를 타고 온 것도 모자라, 자가격리 2주까지 마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물론, 이모가 보고 싶은 것도 아주 쪼끔 있었지만, 이모가 약속한 선물 때문이었다. 

아내의 전언에 따르면 유준이는 이모를 보자마자 계속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고 한다. 이모가 숨을 고르기도 전에 눈을 맞추며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이다. "내 선물 내놔. 내 선물 내놔'

자기 마음대로 낯을 가렸다, 안가렸다 하는 우재는 오랜만에 본 이모에게 선뜻 다가가지는 못하고, 이모 옆에 있는 큰 쇼핑백만 흘낏흘낏 봤다고 한다. 이것 역시 무언의 신호다. "내 선물 여깄나. 얼른 내놔"


이모는 약속한 인형과 필통과 귀여운 가방에 배트맨 티셔츠까지 사왔다. 보지 못했지만, 그것들을 품에 안은 둥이들이 얼마나 흥분했을지 머릿속에 절로 떠오른다. 

유준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필통을 들고 내게 달려왔다. 이걸 누르면 지우개통이 나오고, 이걸 누르면 계산기가 나오고 설명에 한창이다. 뒤늦게 달려온 우재는 필통에 뒷뚜껑이 달려 있음을 자랑한다.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고 있던 유준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것도 열리는 거야?!!"


둥이들은 장난감이 아주 많다. 갈수록 많아지는 장난감은 이제 왠만한 방 하나는 다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다. 그래도 명절이나 어린이날에 사줄 수 밖에 없는 건 새 장난감을 손에 쥐었을 때 아이들이 보여주는 그 표정 때문이다. 어른들은 이제 그 정도 돈을 들여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아이들의 특권이고, 부모의 기쁨이다. 


  

이모가 사온 배트맨 티셔츠를 입은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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