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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ug 19. 2021

언제까지 아빠 품에 안길까

2021.08.19

'변태'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둥이들이 지금보다 어릴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순간은, 둥이들이 크게 놀라 내게 달려올 때였다. 

이를테면 영화를 보다 무서운 장면이 나온다든가, 천둥이 친다든가, 자다가 무서운 꿈을 꿨다든가, 길에서 무섭게 생긴 개를 봤다든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내 품안으로 달려들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그게 그렇게 귀여웠다.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보호막으로 여긴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고. 

어느새 6살이 된 둥이는 이제 좀처럼 놀라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꺼달라고 하거나, 엄빠가 옆에 붙어있으라고는 하지만, 예전처럼 놀라서 뛰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지어 포옹도 잘 안해준다. 출근을 앞두고 '사랑의 포옹'을 해달라고 하면, 예전에는 꼬옥 안아줬는데 이제는 포옹이라기 보다는 건성으로 매달린다. 그러면서도 눈은 텔레비전을 향해 있기 일쑤다.

그래도 여전히 귀엽기는 하지만, 조금은 아쉽다. 이제 둥이들이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힘센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렸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년에도 '사랑의 포옹'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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