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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06. 2021

"그런데 아빠 차는 왜 선 거야?"

2021.12.06

무사히 지나갔지만, 아찔한 경험이었다. 둥이들 태운 아빠차가 고속도로에서 '퍼져'버렸다.

 지난 토요일, 오로지 둥이들에게 눈썰매를 태워 주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해도 뜨기 전인 오전 7시에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강원도 평창, 눈썰매장 앞에서 처제 가족과 만날 계획이었다.

20분쯤 가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배터리와 느낌표가 동시에. 그러나 토요일 새벽에 문을 연 정비소가 근처에 있을리 없었다. 아내가 검색해보니 제네레이터 문제다. 눈썰매장에 간다는 생각에 신이 난 둥이들에게 돌아가자고 했다는 더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고, 배터리가 충전이 되어 있을테니 어느 정도는 버틸 것 같다는 계산이 들었다(결과적으로 이는 틀렸고, 아주 위험한 판단이었다)

차는 어느새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긴장한 엄빠의 마음은 모른채 둥이들은 뒷자리에서 재쟐재잘 신이 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계속 정비소가 있는 휴게소를 찾았으나 없다. 가다보니 원주 lC까지 지났다. 이제 앞으로 한시간만 가면 평창이다. 그러면 문을 연 정비소를 찾을 수 있을 듯했다. 그 순간 계기판이 암전됐다. 배터리가 방전됐다는 의미다. 다행히 이른 시간이라 차는 그리 많지 않았고 비교적 넓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천만다행으로 처제가족이 15분 시차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보험사에 연락해 긴급출동을 신청하고 조금 기다리니 처제가 도착했다. 아내와 둥이들이 옮겨타고, 손아래동서가 의리로 남았다. 다행히 렉카도 곧 도착했고 동서와 둘이 렉카에 끌려 원주 단계동 정비소로 갔다. 차를 맡기고 국밥을 먹고 오니 수리 완료. 1시간여만에 다시 쌍둥이와 아내와 처제와 조카와 만났다. 그래도 오전 중에 모든 문제가 해결됐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눈썰매를 타느라 아빠를 잊었던 둥이들이 아빠를 만나자 다시 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빠 차는 왜 선 거야?" "응. 원래 차는 오래되면 고장나기도 하고 그래" "아, 그렇구나"


1박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둥이 1호기가 또 묻는다. "그런데, 아빠 차는 왜 선 거야?" "응, 원래 차는 오래되면 고장날 수도 있어. 그런데 이제 다 고쳤어" "아, 그렇구나"....앞으로 5년간은 쌍둥이들이 아빠에게 묻고 또 물을 이야기가 생겼다. 아마 내년 쯤에 또 물을 것이다. "아빠, 우리 눈썰매 타러갈 때, 그때 말이야. 아빠 차는 왜 선 거야?" 


눈썰매장에서 작은 얼음으로 큰 얼음을 깨고 있는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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