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Dec 21. 2021

온동네 아이들이 다 모인 날

2021.12.21

지난주 토요일에 말 그대로 함박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눈에 덮였고, 곧 온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나왔다.

눈이 올 것이라고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기예보를 보며 내심 아이들과 신나게 놀만큼 내리기를 바랐는데 그 이상이었다.  

아이들과 넷플릭스로 <스파이더맨>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는게 아닌가. 처음에는 스파이더맨을 마져 보고 나갈 생각이었다. 아이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눈이란 것은 처음 밟아야 제맛 아닌가. 남들이 다 밟고 지나간 눈은 가지고 놀기도 쉽지 않다. 둥이들에게 다시 물어보니 당장 나가겠다고 한다. 내심 그러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눈썰매장용으로 사둔 스키바지와 부츠, 방수장갑에 가장 두꺼운 외투를 입혀서 나섰다. 나도 몇년은 신지 않았던 등산화를 꺼냈다. 

아파트 놀이터로 가니 이미 난리가 났다. 모두들 눈사람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오리'도 등장했다. 물론 우리는 오리에 눈사람, 축구공 틀까지 갖고 나갔다.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소나무를 흔들어 눈 몰아맞기도 하고, 추운줄도 모르고 놀았다. 둥이들뿐만 아니라 나도 오랜만에 즐거웠다. 백신을 맞아 쉬고 있던 아내도 털모자를 챙겨들고 합류했다. 둥이들은 스키바지 등으로 완전무장을 해서 그런지 눈밭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미끄럼틀도 타고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탄다. 

아마도 전국의 많은 도로가 눈 때문에 마비가 됐겠지만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이만한 놀이터가 없었다. 온동네 놀이터에, 공터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몰려나왔다. 썰매를 타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물론 그 썰매를 끌어주는 엄빠들도 있고. 

그날의 즐거움은 글로는 설명이 안된다. 그냥 사진으로 다시 보자.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작가의 이전글 "그런데 아빠 차는 왜 선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