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Apr 20. 2022

심야의 응급수술

2022.04.20

어젯밤 우재는 자면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손가락에 아주 조그마한 가시가 2개 박혔는데, 자는 동안 이를 제거해야만 했다. 

우재의 손에 가시가 박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도 유치원에서 야외활동을 하고 온 뒤 손에 가시가 박혔는데 그때도 자는 동안 수술을 해야만 했다. 

우재가 바늘을 무서워하니 어쩔 수 없이 자는 동안 몰래 빼줬는데, 우재는 그 후로는 '가시는 잠을 자면 자동으로 빠지는 줄' 안다.

가시가 2개나 박혀있고, 또 목요일에는 클라이밍 수업도 해야하니 엄마가 아프지 않게 빼주겠다고 했더니 또 기겁을 한다. 그리고는 "몇 밤 자면 빠지는데 왜 엄마가 빼는거냐"고 따진다. 

가시가 손에 박혀 온 월요일, 그러니까 그제 밤에 1차 응급수술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손가락을 바늘로 건드리니 우재가 계속 움찔거렸다. 어제는 좀 달랐다. 오랜만에 어린이집 동창들을 만나 밖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놀다 온 덕분에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도 손만 조금 움직일 뿐이었다. 엄마가 바늘을 잡고 아빠가 핸드폰 손전등으로 불빛을 비추는 합동 수술 끝에 성공. 

오늘 아침에 우재에게 가시 어디갔냐고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자고나니 빠졌어"

우재야. 세상에 스스로 빠지는 가시는 없단다...  

지난주 오랜만에 모래놀이를 한 쌍둥이. 그리고 아빠는 그날 밤에 둥이 신발을 박박 빨아야만 했다. 


작가의 이전글 지칠 때까지 꽃구경한 쌍둥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