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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0. 2022

지칠 때까지 꽃구경한 쌍둥이

2022.04.10

주말 꽃구경의 대미를 장식한 덕수궁 야경

며칠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쌍둥이들과 손잡고 다닐 수 있는 봄이 앞으로 몇번 남았을까. 10번쯤? 아니다. 쌍둥이들이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면 아빠를 찾을 일이 없을테니 그보다 적겠지.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우리집 아파트 놀이터에도, 상가 앞 공터에도, 소공원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만간 비가 올테고, 그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꽃구경을 해둬야 한다. 물론 아내와, 쌍둥이와 함께.


아이들이 유치원 오고가며 많이 봤을테니, 특별한 꽃구경을 시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주 금요일에는 안양천에 야경을 보기로 했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쌍둥이들에게 간식을 먹이고 안양천으로 나섰다. 해가 떨어지면 날이 추워질테니 담요에 경량패딩까지 챙기니 짐이 한가득이다. 깜깜한 밤에 밖에서 라면을 먹는 것이 소원(얼마전에는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게 소원이었고 금방 성취했다)이라는 유준이의 요청에 따라 뜨거운 물과 컵라면도 엄마가 가방에 넣어 들었다. 

안양천에는 꽃터널이 있었다. 해가 지기전에 절반을 보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은 절반을 봤다. 조명을 받아 분홍색으로 물든 터널에 둥이들도 조금은 감탄한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피자를 한판 사서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비우고, 씼고 재우니 하루가 순삭. 


다음날은 대망의 이층버스를 타는 날이다. 오전에 미술 수업을 마치고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러 광화문역으로 향했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집회 군중 사이로 둥이들 손을 꼭잡고 다녀 제 시간에 도착했다. 이층버스를 타러 갔는데 일층에 탈 수는 없으니 여유있게 가서 이층에 안착. 

목표는 남산타워였다. 지난해 가을에 와서 단풍에 감탄했던 남산이 이번에는 꽃으로 물들었다. 40분 정도를 놀고 다시 이층버스 탑승, 청와대로 향하려 했으나....집회로 길도 막히고 둥이들보다 엄마아빠가 먼저 지쳐 광화문으로 직행했다. 둥이들에게 약속한대로 교보문고에서 종이접기 책을 사고, 아빠 회사 앞에 가서 저녁을 먹고 시청역으로 오는데 덕수궁 돌담길 너머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또 눈에 들어온다. 앞에 가보니 무려 '24세 이하'는 공짜 입장이다. 엄빠는 1000원씩이고. 그러니 안 들어갈 수가 없지. 완전히 깜깜해진 고궁에서도 둥이들은 신나게 놀았다. 꽃보다는 흙을 더 좋아하긴 했지만. 


집에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둥이들 체력 진짜 좋아졌다. 힘들었을텐데 잘 따라오네. 근데 이제 엄마아빠가 못 따라가겠다. 아이들은 크고 엄빠는 늙어가는구나...."


아직 봄이 남았다. 이번주 주말에는 또 뭘 할까. 또 계획을 짜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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