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Mar 28. 2022

유준이의 소원은 편의점 라면

2022.03.28

지난주 금요일(25일), 아빠의 휴무일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 내 한글박물관에 있는 한글놀이터를 다녀왔다. 아내가 어렵게 예약에 성공했고, 둥이들은 나름 신나게 놀았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중 둥이가 제일 연장자라는 것에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어쨌든 잘 놀았다. 블록으로 간판도 만들고, 글자 찾기도 하고 등등. 아직 날이 추워 물고기가 안보이는 연못가 산책도 하고 편의점에서 소시지도 사 먹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의견을 모으는데, 유준이의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바로 '편의점 라면'. 며칠전 동네 초딩누나가 엄마와 함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 뒤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편의점에서 라면 먹는게 '소원'이란다. 편하게 집에서 끓여먹는 것도 안되고, 컵라면을 사서 집에 가는 것도 안된단다. 오로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어야 한단다. 포크가 없을 것이라 해도 젓가락으로 할 수 있단다. 


그럼 다 같이 라면을 먹어야 하나 했는데, 우재는 또 의견이 다르다. 우재는 일단 라면은 안먹겠다고 하고, 엄마와 논의 끝에 우동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래서 조가 나뉘었다. 아빠와 유준이는 편의점으로, 우재와 엄마는 우동을 파는 돈가스 가게로. 


먼저 우유 한통과 유준이가 좋아하는 참깨라면을 샀다. 매운 기름스프는 빼고, 분말스프도 3분의 2정도만 넣었다. 한참을 익힌 뒤에 주니 후후 불어가며 서투른 젓가락질로 잘도 먹는다. 근데 매운지 한입 먹고 우유 한모금, 한입 먹고 우유 한모금이다. 우유가 다 떨어진 것 같아 다시 생수를 한병 사왔다. 라면이 뜨거우니 거기에도 물을 좀 부어달란다. 또 한입 먹고 생수 한모금, 한입 먹고 생수 한모금. 우동을 다 먹은 우재가 편의점에 나타날 때까지 계속 먹더니 결국 라면 하나를 다 후루룩 하셨다. 


유준이에게 물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어?" 유준이가 말했다. "음...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어"


어쨌든 소원 하나 성취


작가의 이전글 둥이들의 첫 선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