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Dec 12. 2022

화상입은 유준이

2022.12.12

지난주 회사 앞 식당에서 선배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유준이가 뜨거운물에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니 물집도 잡히고 피부도 벗겨졌다. 우선 아내가 찬물로 화기를 빼고, 문 열린 약국을 찾아서 화상연고를 사왔다. 

유준이가 저녁으로 참깨라면(컵라면)을 먹겠다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상에 올려두고 아내와 우재는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었는데 유준이가 움직이다가 그걸 쏟아버린 모양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자고 있는 녀석의 옷을 벗겨보니 그리 심해보이지는 않았다. 두꺼운 겨울바지를 입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성기나 관절부분이 아닌 것도 다행이었다. 무릎위쪽에 내 손가락 2개만큼 정도 되는 부위가 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아프거나 가렵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아침에 병원을 가보려다가 다시 보니 전날밤에 봤을 때보다도 상처가 더 괜찮아보여서 말았다. 우선 유준이가 너무 잘놀고 있기도 했고

아내가 100만년만에 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서 불안한 눈빛을 하고 외출했다. 나는 둥이들과 옆동네 맥도날드로 가서 해피밀을 사먹었다. 아이들은 해피밀세트를, 나는 커피한잔을 먹었는데 적잖이 불안했다. 커피가 테이블 위에 있어서. 

다녀와서는 동네 공원에서 1시간 넘게 축구를 했다. 월드컵의 열기를 그대로 안아 셋이서 한참을 재밌게 놀았다. 그리고 아내가 오기전에 샤워를 시켜야겠다 싶어서, 유준이가 다친 부위에 비닐을 감아서 씼겼다. 

중간에 아내가 와서 난리가 났다. 화상 부위에 물들어가면 어쩌려고 샤워를 시켰냐고...그래도 축구까지 했는데 씻어야 하지 않을까..다행시 상처부위가 감염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주말내내 유준이는 잘놀았다. 물론 일요일밤에 또 월요병이 찾아와 유치원 가기 싫다고 징징하기는 했지만, 다친 부위와는 상관없어 보였다. 그새 까먹었는지 엄마아빠가 커피 먹는데 와서 또 까분다. 


유준이는 잘 지내고 있지만 엄빠는 주말이 지나고 나서도 병원을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내가 그 정도 다쳤으면 당연히 후시딘 정도 바르고 말았을건데, 자식이 다치니 생각이 또 다르다. 별일없이, 흉터없이 잘 나아야 할텐데...   

화상을 입어도 먹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밥 먹는 것이 스트레스인 유준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