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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14. 2022

타짜가 되고 싶은 유준이

2022.12.14

공부를 할 때는 몰랐는데, 카드놀이를 하고나서야 유준이의 영특함(?!)을 알았다. 

지난주말 엄마 친구가 집으로 재밌는 놀이기구를 보냈다. 할리갈리와 비슷한데, 게임 참여자들이 내놓은 카드의 포켓몬 총합이 5가 되는 순간 잽싸게 가운데 놓인 종을 치면 모든 카드를 가져가는, 아주 단순한 게임이다. 

그런데...이게 아주 재밌다. 몇년전만 해도 둥이들과 이런 두뇌게임을 하는걸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아빠도 긴장을 풀면 금세 당한다. 

둥이들이 워낙 좋아하지 지난 주말에 이어 평일에도 밤마다 한다. 아빠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도착하자마자 상을 치우고 그 위에 카드를 나눠 놓는다. 모든 룰은 공평하다. 딱 한가지만 빼고. 아빠와 엄마는 종을 치는 오른손으로 귀를 잡고 있어야 한다. 둥이들은 자유롭다.


유준이는 포켓몬이 5마리 들어가 있는 카드를 아주 좋아하고, 잘 활용한다. 위기의 순간마다 5마리 포켓몬을 내놓고 잽싸게 종을 친 뒤 카드를 쓸어간다. 그런 식으로 위기에서 벗어난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 그제보니...유준이가 카드를 일부러 맨 아래쪽에 놓고 있다. 5마리 카드가 나오는 순서를 스스로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카드를 잘 섞으라고 했더니 눈치를 보면서 슬쩍 5마리 카드를 또 맨 아래에 놓는다. 마지막에 카드가 1장 남았을 때 그걸로 위기를 탈출할 심산인 것이다. 

다행히 화상은 그리 깊지 않았던 모양이다. 엄빠가 너무 불안해서 결국 화상전문병원을 찾아갔는데...약만 발라주고 끝이다.


그래서 아빠도 준비했다. 유준이 5마리 카드의 포켓몬이 무엇인지 슬쩍 보고 내 손에 같은 포켓몬 카드를 준비했다. 유준이가 5마리 카드를 내기 직전에 먼저 그 카드를 깔았다. 그러면 유준이가 5마리 카드를 내놓더라도 6마리 이상이기 때문에 위기를 벗어날 수가 없다. 내가 먼저 카드를 깔아버리자 유준이의 얼굴에 대실망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도 우리 유준이는 '쿨'하다. 아빠와 명승부를 펼치다 지고 난뒤 그래도 2등을 했다며 좋아한다. 그리고 말한다. "한 판 더!!!" 그러면 엄마가 말한다. "안돼! 잘 준비해!!"


아...우재도 이 카드놀이를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우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밤 9시를 넘기면 온 눈에 졸음이 가득해진다. 졸리고 또 졸리니 포켓몬이 몇 마리인지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 우재는 또 꼴찌를 하고, 또 꼴찌를 한다. 


문제의 그 카드놀이 기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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