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5
둥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마 껌딱지였다. 잠깐이라도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당연히 모든 일에 엄마가 있어야 했다. 아빠없이 가는 곳은 많았지만, 엄마 없이 가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러던 둥이들이 이제 달라지고 있다. 전에는 엄마 없이 간다고 하면 싫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녀석들이 이제는 상황을 설명하면 수긍한다. 올 겨울방학에는 엄마가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간 사이 할머니가 잠깐 봐주러 오시는데, 할머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를 척척 한다고 칭찬을 많이 들었다.
지난주 금요일(13일)은 아빠가 쉬는 날이었다. 엄마는 운동을 마치고 같이 운동하는 분들과 차를 마시기로 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빠가 쌍둥이들에게 외출을 제안했다. 우선 국립중앙박물관. 싫단다. 재미없단다. 얼마전에 전쟁기념관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한 것이 기억나서 두번째로 제안했더니 좋단다. 엄마 없이 우리끼리 다녀오자고 하니 조금 망설이는 듯 싶더니 그것도 좋단다. 부리나케 준비해서 엄마가 오기 전에 길을 나섰다.
둥이들을 뒤에 태우고 조수석은 빈 채로 이렇게 먼 길(대략 30~40분)을 가는 것은 처음인 듯 싶다. 둥이들보다 아빠가 더 불안했지만, 둥이들은 잘 놀았다. 쉴 새없이 둘이 수다를 떨었고, 전쟁기념관에서는 안개비를 맞으면서도 좋다고 뛰어다녔다. 간식이 마땅치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태권도 도장 가기 전에 무사히 돌아왔다.
이제 2월이면 3년간의 유치원 생활이 끝난다. 그리고 3월에는 초등학교 생활 시작. 어제는 잠이 안온다며 방에서 나온 우재를 아기처럼 무릎 위에 눕혀봤는데...커도 너~~~~~무 크다. 아내는 징그럽단다.
이제는 아침마다 출근길에 해주던 '사랑의 포옹'도 좀처럼 해주지 않는다. 바쁘단다.... 사진 찍으려도 둘이 포옹이라도 하라면 몸서리치게 싫어한다. 특히 우재가. 아직은 귀엽지만, 이제 징그러워질 나이가 멀지 않았다.
올해는 엄마와 아빠가 둥이 1명씩을 데리고 각자 외출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봐야겠다. 그동안 한몸이나 다름없었던 둥이들의 삶이 어느새 조금씩 갈라지고 있다. 그래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