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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30. 2023

집안 제일 '큰 손'이 된 쌍둥이

2023.01.30


지난주 독감에 걸려 끙끙 앓고 있는 우재를 극진히 간호(?)하고 있는 유준이.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다. 이제 초딩이 될 쌍둥이들도 엄마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

전날 밤에 종이를 자르고 붙여 편지를 쓰는 것 같더니, 아침에 봉투에 선물도 담아 엄마에게 건냈다. 아빠에게 배운 건지 유치원 친구들에게 배운 건지, 부모님이 가장 좋아한다는'현금'을 선물로 준비했다. 

사실....쌍둥이들은 가진 것이 현금 밖에 없는 집안 제일의 큰 손들이다. 명절이나 생일, 어린이날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할머니, 이모 등등에게 현금 봉투를 선물로 받은 뒤 이를 자신들의 지갑에 고이고이 모으고 있다. 그렇게 모은 돈이 이제 아빠나 엄마보다 더 많다. 엄빠가 통장을 만들어 줄테니 은행에 넣자고 해도 좀처럼 돈을 내주지 않는다. 가끔식 쌓인 돈을 펼쳐놓고 세어보면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여튼 이번에 쌍둥이들은 엄마를 위해 과감하게 현금을 꺼내기로 했다. 둘이 협의를 안한 모양인지, 우재는 1만원을 준비했고, 유준이는 무슨 생각인지 무려 5만1000원을 봉투에 담아왔다. 

선물 전달식이 끝난 뒤 점심을 먹으러 외출준비를 하는데 쌍둥이들이 티격태격하고 있다. 식당에서 '엄마 옆에 누가 앉느냐'를 놓고 또 싸운다. 극장 등이면 엄마 양옆에 앉으면 되는데 식당은 4인석일테니 엄마 옆자리는 하나 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준이가 우세하다. "더 큰 선물을 한 사람이 엄마 옆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논리가 힘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아빠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아빠가 밥을 살 건데, 그게 제일 비싸다.고로 엄마 옆자리는 아빠가 앉는게 맞다."

쌍둥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제간에 엄마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양보할 수 있어도 아빠는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다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는.....순식간에 우리집 제일 부자가 되었다. 


2차 선물 증정식이 끝난 뒤 쌍둥이들에게 물었다. "다음달에는 아빠 생일인데 얼마 줄거냐?"

0.5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이 돌아왔다. "100원, 아니 10원, 아니 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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