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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Feb 26. 2023

둥이, 경주에 가다

2023.02.26

유치원은 졸업했고, 초등학교는 아직 입학하지 않은 '백수' 둥이들은 지난주 화요일(21일)부터 목요일(23일)까지 2박3일간 경주를 다녀왔다. 

난생처음 가보는 경주. 그것도 아빠차를 타고 5시간은 가야 하는 장거리 여행. 아침부터 밤까지 온갖 곳을 누비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엄빠와 둥이들은 평생 기억할 추억을 쌓았다.


첫날에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점심 무렵 경주국립박물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볼 거리가 많았고,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공기는 쾌적했고, 기온은 걱정했던 것보다 따뜻했다. 둥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녔고, 엄마아빠는 커피도 한잔 마실 수 있었다. 

언제나 여행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날씨다.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이날도 하늘이 다했다.  

석기시대부터 시작해 신라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에서는 잠시 눈을 반짝이기도 했지만, 예비 초딩들에게는 약간 무리였나 보다. 조금씩 걸음이 빨라지더니 이내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고 엄마가 미리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가서 잠시 쉰 뒤, 둥이들이 제일 기다리던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얼마전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둥이들은, 여전히 물이 무섭지만 그래도 지지 않고 계속 잠수를 시도했다. 물론 수영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기 때문이다. '하루에 음~~~~~파 10번 하기'


유준이와 우재 뒤로 석가탑이, 그 뒤로는 다보탑이 보인다. 바로 십원빵에 나오는 그 다보탑.

둘째날은 진짜 강행군이었다.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고 불국사를 거쳐 석굴암으로, 그리고 경주 엑스포 공원으로. 저녁으로 삼계탕을 든든히 먹은 뒤에는 야경을 보러 첨성대와 동궁, 월지. 둥이들은 도대체 뭐가 예쁜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잘 따라다녔다. 물론 가장 좋아한 것은 '십원빵'이었지만. 


마지막날에는 경주에 가면 꼭 가야한다는 황리단길을 갔다. 유준이는 다시 십원빵을 먹었고, 우재는 쫀드기에 푹 빠져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 역시 5시간이 걸리는 대장정. 엄빠는 당연히 둥이들이 조용히 잠에 들 것으로 기대했지만...둥이들은 5시간 내내 수다를 떨어서 엄빠의 혼을 쏙 빼버렸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엄빠가 짐 정리를 하는 동안 한참을 더 놀다 잠이 들었다. 


경주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석굴암의 부처상 그리고 첨성대. 많은 것을 봤지만 정작 둥이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십원빵과 쫀드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상관없다. 다만 엄마와 아빠와 유준이 우재가 2박3일동안 경주에서 신나게 여행을 했다는 큰 기억만은 계속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경주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엄마아빠가,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가 함께 있음을 기억하고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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