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2
40년 엘지팬인 아빠를 매몰차게 버리고, 단지 마스코트 수리가 귀엽다는 이유로 한화 이글스팬이 된 유준이. 쌍둥이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엘지 트윈스를 좋아하겠거니 생각했지만, 또 수리 사랑이 시들해지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 믿었지만 유준이의 마음은 굳건했다.
유준이의 올해 계획 중 하나는 한화 이글스의 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는 것. 올해 개막전을 고척에서 봤지만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엄빠가 비밀리에 대전 원정을 준비했다.
마침 지난 주말에 대전에서 한화와 엘지의 경기가 열렸다. 엄마는 토요일 경기 표를 예매하고, 아빠는 기차표를 사서 준비 완료. 그런데 일기 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아빠의 가방에 쌍둥이 우비와 우산도 추가.
전날부터 엄마와 아빠는 날씨앱을 1분에 한번씩 들여다보며 비 예보가 사라지기만을 바랐다. 하필 야구가 하는 시간에 예보된 비는 시간당 1미리가 되었다가 다시 10미리가 되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어쨌든 대전으로 가는 것은 운명의 데스티니. 토요일 수영 수업을 마친 쌍둥이와 엄마 아빠는 대전으로 씩씩하게 출발.
난생 처음 KTX를 타본 유준이와 우재는 기차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에 눈이 동그래졌다. 심지어 아빠차보다 훨씬 빠른데 멀미도 안나서 더 신기. 지하철-KTX-택시를 이어타고 대전야구장에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치킨과 떡볶이까서 사서 자리에 안착.
유준이의 소원대로 한화 이글스는 초반부터 엘지 트윈스를 신나게 두들겼고...대전구장 전체가 잔치분위기였는데 하늘에서 갑자기 소나기기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럴줄 알고 엄빠는 우비를 준비했지. 그리고 아빠는 속으로 외쳤다. "경기 이만큼 봤으면 됐다. 취소되라. 취소되라. 엘지 패배야 날아가라"
그러나 거짓말처럼 10여분만에 비는 그쳤고 경기는 30분 뒤 재개. 그리고 엘지는 비오는날 먼지가 나도록 더 두들겨 맞았다. 한화의 7-0 완승. 유준이는 신이 났고, 엄마가 수리 인형까지 사줘서 더 신이 났다. 기아팬이라 유니폼 없이 심심하게 앉아있던 우재도 덩달아 수리 인형을 득템하고 얼굴이 환해졌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었다. 야구를 보느라 치킨도 먹는둥 마는둥 했던 쌍둥이들은 샤워를 마치자마자 컵라면을 한그릇씩 뚝딱하고 꿈나라로. 아빠엄마도 수고했으니 막걸리를 마시고 꿈나라로.
이제 유준이 소원을 이뤘으니 우재가 남았다. 우재는 대전보다 훠얼얼~~~씬 먼 광주를 가고 싶어하는데. 과연 올해 가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