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우재만 데이트한 날

2025.09.22

by 너부리

남매나형제자매를 키워본 육아 선배들은 '한명만 데리고 데이트를 해보라'고 권유하곤 했다. 형제자매는 대개, 특히 쌍둥이는 더욱더 '묶여서' 다니기 쉽다. 우리도 그랬다. 가능하면 엄빠와 쌍둥이가 함께했고 아빠가 없는 날에는 엄마가 쌍둥이와 함께 했다. 아주 가끔 아빠와 쌍둥이가 함께한 날도 있었다.

지난 6일 토요일은 엄마와 유준이가 모두 '개인 일정'이 있었다. 엄마는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러갔고, 유준이는 같은 반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 받았다. 엄마가 먼저 나가고, 유준이를 생일파티 장소에 데려다 주고 나니 아빠와 우재 둘만 남았다. 엄마가 주고 간 미션은 두 가지, 아빠와 우재 둘이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고, 안경점에 가서 휘어진 우재 안경 피팅하기.

먼저 분식집에 가서 이것저것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아빠차나 버스를 타고 가야했던 안경점까지 배를 두드리며 걸어갔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아빠는 가까운 길을 두고 안양천을 거치는 더 먼길을 택했다. 우재는 "이게 가장 가까운 길이 맞냐"고 몇번이나 확인하면서도 잘 따라왔고, 안경을 수리한 뒤에는 좋아하는 탄산음료를 하나씩 입에 물고 또 힘차게 걸었다.

아빠와 단 둘이 데이트를 하는 우재는 기분이 평소보다 더 좋아보였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든, 어디 놀러갈 때든 아빠와 손잡자고 하면 뿌리치고 도망가는데 그날은 계속 아빠 손을 잡아주었다. 걷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고, 힘들면 주저앉기 일쑤였는데 그날은 한번도 그러지 않았다. 사이다와 콜라를 사서 먹다가, 중간에 바꿔서 먹자고 했는데, 평소에는 아빠 입이 닿았다고 거절했을 텐데 기꺼이 그러자고 했다. 물론 아빠 음료수가 훨씬 많이 남아있기는 했다.

저녁에 아빠는 엄마에게 우재의 '변심'을 자랑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말했다. "아빠 몰랐어? 우재, 아빠 많이 좋아해" 우재야, 진짜니?!?!


KakaoTalk_20250922_185704376.jpg 아빠와 단둘이 간 분식집에서 한상 거하게 받은 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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