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쌍둥이

2016.06.20

요즘 둥이들은 밤에 참 잘 잔다. 

물론, 예전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8시에서 8시반쯤 사이에 저녁을 먹이고 조금 놀아주다가 아기띠에 태우면 금세 잠이든다. 덕분에 밤 10시 이후에는 엄마, 아빠 모두 자유시간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설거지하고, 젖병 닦고 하다보면 시간 다 가지만...

그러나 요즘들어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아가들이 새벽에 일어난다. 

지난주에는 한녀석씩 번갈아가면서 새벽, 그러니까 5시~6시 사이에 일어나더니 오늘은 두 놈이 다 조기기상했다. 이녀석들의 공식적인 아침식사 시간은 8시이므로(그래야 8시-12시-4시-8시로 완벽하게 하루 4끼를 먹고 잠들 수 있다) 이 때쯤에 일어나주면 참 좋으려면, 새벽부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아달라고 난린다. 

오늘도 자는데 어둠속을 뚫고 우재의 소리가 들린다. 우재가 다시 자기를 바라며 나도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러나 계속 우재의 소리가 들린다.결국 아내가 일어났다보다. "옆에 아기 있으니 조심해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니 우재가 아내와 나 사이에 놓였다. 우재는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다. 아직 자고 있는 유준이를 '보호'하기 위해 우재를 우리 침대로 올린 모양. 혹시나 떨어질까 싶어 바둥거리는 녀석을 팔로 감싼 채 다시 눈을 감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또 다른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유준이다. 아내가 유준이 곁으로 가 다시 누웠다. 결국 한녀석씩 맡아 자는 모양이 됐다. 

야근(오후 출근)하는 날이라 10시까지 늦잠을 잘 수 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아내는 일찌감치 일어나 아이들 분유를 이미 다 챙겨먹였다. 8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바운서에 앉아 낑낑대는 유준이부터 우재부터 아기띠로 안았다. 금새 잠이 들었다. 우재를 침실로 옮겨놓고 아내가 안고 있던 유준이도 받아 들었다. 그제서야 아내는 소파에 누워 밀린 잠을 조금이나마 잘 수 있게 됐다. 유준이 역시 금세 잠이 들어 안방행. 

아침밥으로 먹을 김치볶음밥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일어났다. 아이들이 먹을 양배추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서다. 분주하게 조금 움직였을까. 다시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손을 씼고 가려고 하는데 먼저 문을 열어본 아내가 황급히 부른다. '이렇게 귀여운 모습은 당장 봐야 한다'며 

두 녀석이 마주보며 손을 잡고 있다!!!

상상해보면 유준이가 먼저 깨 엉엉 울고 있었고, 그 소리에 깬 우재가 배밀이로 다가간 모양이다. 유준이는 우재처럼 잽싸게 움직이지 못한다. 화가나면 제자리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며 바둥거릴 뿐. 

잽싸게 사진을 찍었다. 안아보니 유준이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있다. 반면 우재는 방실방실 웃는다. 

이래서 둘이 좋다고 하는 모양이다. 비록, 우재가 위로나 그럴 요량으로 다가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소리 때문에 접근했을지라도, 아니면 배밀이를 하다가 우연히 닿은 것이 유준이의 손일지라도, 평생, 오늘처럼 어려울 때는, 슬플 때는 손을 맞잡고 있으면 좋겠다. 물론 기쁠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