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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04. 2016

'극한직업', 아픈 둥이 엄마아빠

2016.10.04

지난 3일간 둥이들이 매우 아팠다. 

금요일 아침, 우재에게 미열이 생겨 병원에 다녀왔는데 '아직은 원인 불명'

그러더니 토요일 아침에는 유준이에게도 열 발생. 결국 두 녀석 모두 '펄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열제를 먹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정말 '불같은 밤과 새벽'을 보낸 뒤 일요일에 두 녀석을 데리고 다시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원인이 나왔다. 

'헤르판지나'라는 듣도보도 못한 병. 의사선생님 말로는 '수족구와 같은 바이러스'인데 목이나 항문 등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란다. 우재 목구멍을 보니 실제로 여러개의 '돌기'가 솟아나 있었다. 


목안에 염증이 생겨 부어버리니 9개월짜리 꼬맹이들에게는 대책이 없다. 원인을 모를 때는 도대체 이 녀석들이 왜 이러나 싶어 끌어안고 끙끙댔고, 원인을 안 뒤에도 해줄 것이 마땅히 없어 역시 끌어안고 끙끙댔다. 


배가 고파 울고 =>주는 밥을 덥석 삼키니 목이 아파서 울고 =>계속 배가 고파 울고 =>밥을 못 먹으니 짜증나서 울고 =>그러다 보니 잠을 못자서 울고....의 무한 반복. 


더욱더 안 좋은 것은 38도를 넘나드는 열. 열이 나니 이 녀석들이 축축 쳐진 몸으로 의욕을 잃어버리고 짜증만 낸다. 순하디 순한 우재가 조금만 뭘 못하게 해도 짜증내고 울고, 웬만한 감기는 강단있게 이겨내던 유준이도 약을 먹다 자지러지게 운다. 결국은 자기 성질을 못 이겨 간신히 먹은 이유식을 다 토하기까지. 


결국 일요일 할아버지 생신에도 못가고 집에서 계속 요양을 했다.  아내는 하루종일 씼지도 못하고 먹이고 재우기를 한시간에도 몇번씩 반복해야 했고, 나 역시 우는 녀석들을 계속 안아주다가 다리가 풀릴 지경이 됐다. 게다가 침은 또 얼마나 흘려대는지(목이 아파서 침을 삼킬 수가 없단다), 옷은 갈아입히자마자 침으로 다 젖어버렸다. 


다행히 일요일 오후부터는 조금씩 열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루 먼저 앓은 우재가 먼저 호전됐고, 유준이도 월요일 아침에는 열이 확실히 떨어졌다. 여전히 이유식을 먹다가 목이 아파 울었지만, 그래도 우유도 조금 먹고 잠도 잤다. 


어제는 야근이라 오후에 출근했다. 저녁에 아내가 둘을 간신히 재웠단 소식을 들었는데, 야근 도중 다시 희소식이 들렸다. 초저녁에 잠든 녀석들이 12시까지도 계속 자고 있다는 것. 녀석들도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잤을테니 몰아서 잠을 자는 모양이다. 앓던 아기들이 잠을 오래 잔다는 것은 아주 좋은 신호. 아픈 것이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야근을 다하고, 집에 갈 시간(화요일 새벽 1시). 둥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아빠를 맞이할 것인가....그리고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떤 얼굴로 아빠를 깨울까. 


  

아픈 와중에도 '성벽 넘기'를 계속 시도하는 우재. 저 뒤편에는 침을 너무 흘려 결국 턱받이를 상시 착용하게 된 유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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