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Jun 15. 2018

'보통내기'가 아닌 유준이

2018.06.15

며칠전 저녁에 유준이가 손톱을 깎아주는 엄마에게 침을 뱉었다. 

일부러 뱉었다기보다는, 엄마의 손길을 뿌리치다 흥분해서 그런듯 했다. 그래도 혼은 나야 한다. 엄마나 아빠에게 하는 것은 괜찮지만,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이나 선생님에게 그랬다가는 큰일이 난다. 엄마, 아빠는 백번이고 천번이고 봐줄수 있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다. 


재밌지만 어려운 어린이집 생활


엄마가 유준이를 호되게 야단쳤다. 그러나 유준이는 엄마 눈을 보지 않고 딴전을 피운다. 원래 유준이 스타일이다.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든 벗어나려고만 한다. 

'방에 혼자 들어가 앉아 있'으라 했다. 반성을 좀 하라는 의미. 그러나 별 소용이 없다. 결국 엄마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집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 


보통 이러면 나가기 싫어서 난리가 나야 정상(엄마 아빠가 기대한 상황). 그러나 우리 유준이는 중문을 열고 현관으로 나갔다. 지켜보고 있으니 현관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도 한다. "나 이거 못해. 열어줘. 열어줘"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슬쩍 현관으로 가서 살펴보니, 진짜 문이 열릴 판이다. 걸쇠도 걸어놓지 않아 손잡이를 밀기만 하면 문을 열 수 있다. 잘못하면 손이 껴서 다칠 수도 있겠다 싶어, 황급히 유준이를 불렀다. "홍유준, 아빠랑 얘기 좀 하자. 다시 들어와" 


다시 엄마가 유준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유준이에게 어떻게든 "잘못했어요. 다시 안그럴게요"란 답을 받아내야 한다. 잠시 후 유준이가 나온다. 뒤따라 나오는 엄마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저 녀석 보통내기가 아냐"


엄마가 답변은 받아냈다. 유준이 입이 아닌, 엄마가 거의 모든 답변 내용을 말해주고, 유준이는 고개만 끄덕이는 형식으로. 


어쨌든 상황이 종료되자 유준이는 다시 신이 났다.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긴장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우재도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같이 논다.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엄마아빠에게 '행패'를 부릴 수도 있다. 다만 이를 강하게 제지하고 꾸짖는 것은 둥이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앞으로 평생동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미운털이 박힐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반대의 경우도 걱정이다. 너무 친구들에게 만만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자기 잇속은 하나도 못차리고 다 내주고만 다니는 것은 아닐까.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는 둥이들도, 이를 지켜보는 엄마아빠도. 



작가의 이전글 동물원의 '삼대장'을 만나고 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