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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y 28. 2018

동물원의 '삼대장'을 만나고 오다

2018.05.28

우재 머리가 마치 봉 사이를 통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유준이는 저 건달같은 포즈를 어디서 배웠을꼬

드디어 서울대공원을 갈 때가 되었다. 너무나 넓고도 넓어서 아이들이, 정확히는 부모들이 그 동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서울대공원. 그러나 미세먼지도 '보통'인 흔치 않은 날에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 분연히 일어나 짐을 챙겼다. 

9시반쯤 집을 나서 달리는 차안에서 김밥 4줄을 몽땅 해치웠다. 둥이들은 여기에 샌드위치까지 한조각씩 먹었다. 

날이 적당히 좋았다. 후덥지근하긴 했지만 구름이 많아 햇볕이 강하지 않았다. 

코끼리 열차를 타러 가는데, 계단은 있되 경사로가 없다. 엘리베이터도 찾아보면 있을거 같긴 한데 가까이에는 안보였다. 쌍둥이는 엄마 손을 잡고 계단으로 올라가고, 난 웨건을 접어 들었다. 

다행히 코끼리 열차에는 웨건이 실렸다. 씽씽 달려 동물원 입구로. 입구에 있는 대형 호랑이 조형물만 보고도 둥이들은 입이 벌어졌다. 전날 밤늦게까지 노느라 아침에 일어나기가 좀 힘겨웠지만, 나오길 참 잘했다. 

홍학을 보고, 기린을 만난 뒤 한참 오르막을 올라 사자에게 갔다. 엥? 무슨 공사 때문에 사자들은 작은 유리벽안에 갇혀있었다. 엄청나게 큰 머리만 유리벽 앞에 보였는데 그나마 자고 있었다. 

다시 코끼리에게로. 아기 코끼리와 엄마코끼리(인지 아빠인지는 잘 모르겠음)가 흙탕물 속에서 신나게 목욕을 하고 있다. 둥이들이 눈을 떼지 못했다. 역시나 나오길 참 잘했다. 

우재가 하마가 보고 싶단다. 지도를 챙기지 못해 여기저기 헤매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우리들의 대화를 듣고 가르쳐 주셨다. "저쪽으로 가면 아기 하마가 있어요!!!" 진짜 아기하마가 있다. 태어난지 꼭 1년된 하마인데 이름은 '옥자'란다. 엄마를 따라 아장아장 다니는데 정말정말 귀여웠다. 

내친김에 근처에 있던 코뿔소까지 봤다. 저~~멀리 가만히 동상처럼 앉아있었지만 그래도 둥이들이 보고 '코뿔소'라고 할만큼 뿔도 잘 보였다. 

동물원의 삼대장이라 할 수 있는 코끼리와 하마, 코뿔소에 기린까지 봤으니 이제 집에 가도 되겠다 싶었다. 정문쪽으로 내려간 뒤 정자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유준이 응야도 치우고, 청설모도 구경한 뒤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우재가 '호랑이'를 봐야 한단다. 아....호랑이는 그 넓고 넓은 서울대공원에서도 맨 꼭대기에 있다. 

다시 후진. 굳이 지들이 밀고 끌겠다는 둥이들을 설득해 웨건에 태웠다. 신속하게 호랑이를 보고 나서기 위한 큰 그림. 아내와 낑낑대며 오르막을 오르는데 유준이는 꾸벅꾸벅 존다. 졸릴만도 하다. 우재는 신이 났다. 엄마에게 소리치고 장난을 걸며 난리다. 

호랑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멀리 있지만 호랑이도 잘 보인다. 자는 녀석도 있지만 돌아다니는 놈들도 있다. 호랑이들이 물장구를 치도록 수영장도 있다. 호랑이를 실컷 본 뒤 다시 둥이들을 웨건에 태웠다. 근처에 늑대와 곰이 있었지만, 잽싸게 통과했다. 더 이상 있다가는 엄마아빠가 지쳐서 집에도 못갈 판이다. 


코끼리 열차를 타고 신나게 바람을 맞으며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웨건에서부터 졸던 유준이는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바로 잠들었다. 혼자 노래를 부르며 신나하던 우재도 어느새 기절. 

1시간쯤 걸려 집에 돌아왔다. 얼마나 고단했던지 둥이들은 집 거실에 내려놓아도 계속 잔다. 그렇게 한시간여를 더 잤고 덕분에 엄마아빠는 라면도 먹고, 샤워도 할 수 있었다. 


더 자면 밤에 못잘거 같아 애써 깨웠다. 밥을 먹이고 씼기니 저녁 8시. 이제 이를 닦고 다시 재우기만 하면 9시부터 시작하는 무법변호사를 아내와 함께 볼 수 있다. 그렇게 고단했으니 아이들은 금방 잘 것이다. 아내가 나오기 전에 빨래를 널고 집을 치워야지, 그리고 재밌게 드라마를 봐야지. 그럼 정말 완벽한 하루다.....라고 했으나 우리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내는 무법변호사가 다 끝난 10시반쯤에야 안방을 탈출할 수 있었다. 유준이가 발로 100번쯤 엄마를 찬 뒤 간신히 잠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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