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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n 24. 2018

폭력에 대처하는 둥이의 자세

2018.0624

지난 금요일, 아내에게 휴가를 받아 고대하고 고대하던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보러 극장에 가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OO이가 또 때렸대" 

"유준이를?" 

"아니, 우재를" 

"우이씨, 왜?"


OO이는 둥이와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인데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폭력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유준이가 얼굴을 긁혔고, 이번에는 우재가 머리를 맞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에 따르면 우재가 먼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빼앗으려 했고, 우재가 싫다고 하자 머리를 때렸다 한다. 


앞으로 또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참 고민이다. 둥이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라고 해야 하나. 일단은 큰 소리로 "하지마"라고 외쳐 확실하게 의사표시를 하라고 하긴 했는데, 주먹부터 먼저 나오는 애들에게 이게 통할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둥이들에게 똑같이 주먹질을 하라고 가르칠 수도 없고. 

어린이집이 끝나고 데려오는 길에 OO이에게 사과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엄마가 시켜서 한 일일 뿐 제대로된 사과인지 알 수 없다. 이미 유준이를 한번 할퀸 적도 있고. 당시 유준이 얼굴을 손톱으로 얼마나 세게 눌렀던지 그 상처가 한참을 갔다. 


이렇게 평화로운 어린이집에서 폭력이라니!!!


영화를 보고와서 우재를 안아줬다. "우재야, 네가 잘못한게 없으면 당당하게 '싫어'라고 하면 되는거야. 참 잘했어. 우재가 잘못한게 아니야"라고 말해줬다. 


우리 둥이들보다 한참 큰 남매를 키우고 있는 회사 선배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뒤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도 중요하고, 그 주변의 아이들에게도 이를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다른 아이들이 함부로 괴롭히지 못하고, 내 아이도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 선배는 그래서 가끔 하교길에 아이들 마중을 나가 아이 친구들도 만난다고 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주면서 확실히 알려주는 거다. 이 아이의 뒤에는 이 아빠가 있다는 사실을. 


둥이 친구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둥이들은 이제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유준이와 우재 뒤에는 항상 엄마와 아빠가 있다. 언제라도 우리는 너희를 지켜줄 준비가 되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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