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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l 09. 2018

'떼쟁이'가 된 유준이

2018.07.09

유준이의 떼가 늘었다. 유준이에게는 나름 이유가 있는 행동이겠지만 엄마아빠 입장에서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떼다. 특히 자기 직전, 또는 자다가 일어나서 떼를 쓰는 경우가 많아 엄마아빠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며칠전, 밤에 자다가 일어난 유준이는 물을 달라고 했다. 가져다 주었더니 '마이마이(많이많이)' 달라고 한다. 가득 줘도 소용없다. 무작정 '마이마이'만을 외친다. 

주방으로 데리고 가 물을 직접 따르는 것을 보여줬다. 역시나 마찬가지다. 유준이의 입에서는 '물 마이마이'만 나온다. 울음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꺼이꺼이 운다. 

물의 양을 보여주려고 불을 켜니, 또 눈이 부시다며, 눈이 보이지 않는다며 난리다. 

결국 참다못한 엄마가 바닥까지 물이 넘치도록 물을 부어주고 화를 냈다. 그제서야 약간 진정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이제는 제발로 올라가서 안전벨트까지 채운다. 물론 본인들 내킬때만. 


오늘 새벽에는 '다른 물'을 찾았다. 유준이는 요즘 어떻게든 잠을 늦게 자려고 꾀를 쓴다. 하루종일 뛰어놀아 몸이 녹초가 됐을지언정 먼저 자려고 하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다. 치카치카를 하면서 동영상을 몇편이나 봤지만 또 보여달라고 떼를 썼다. 어르고 달래서 눕힌 뒤에는 '다른 물'을 먹고 싶다고 또 떼를 썼다 한다. 엄마아빠랑 마을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또 놀이터에서도 한바탕 잘 뛰어논 하루였기에 금방 잠이 들었지만 유준이의 욕구는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터였다. 

결국 새벽 1시쯤 일어난 유준이는 다시 밑도끝도 없이 다른 물을 찾았다. 물통을 바꿔줘도 아니라고 하고, 생수통을 통째로 줘도, 아빠 컵을 줘도 울기만 했다. 아내가 꾀를 써서 냉장고에서 '다른 물'을 찾아냈다. 아빠만 먹는 루이보스 차다. 색깔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원래 그 물을 다른물로 생각했는지, 엉겹결에 넘어갔는지 모르지만 여튼 그 물을 먹고 '약간' 진정이 됐다. 

그렇다고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아니었다. 몇번이나 아빠에게 '다른 물 셔틀'을 시킨 유준이는 아빠 자리까지 빼앗아 엄마 옆에 자리를 잡은 뒤 또 다른 물을 찾았다. 결국 엄마가 화를 냈고, 그제서야 스스륵 잠이 들었다. 


덕분에 아빠는 우재 옆에서 자야했다. 자면서 굴러다니기를 좋아하는 우재는 아빠 머리를 발로 차고, 코를 주먹으로 치고, 턱을 머리로 받았다. 그래도 우재까 깨지 않아서, 깨서 엄마를 찾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오늘 출근전 우재에게 물었다. "옆에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자고 있는거 알았어?" 우재가 빙그레 웃으며 "응"이라고 한다. "그래도 괜찮았어?"라고 다시 물었다. 우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재라도 봐줘서 다행이다. 그리고 유준이는 오늘밤 다시 아빠랑 대화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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