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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l 30. 2018

위대한 도전, 허무한 결말

2018.0730

우재야, 유준아 아빠는 일요일인 어제 위대한 도전을 꿈꿨단다.

기억나니 얘들아. 그제 토요일에 우리 4식구, 그리고 이모랑 누나랑 동네 워터파크에 갔지.

유준이는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놀았지만, 우재는 아빠와 산책을 더 즐겼고, 저 건너편에 있는 상어만 보았지.

일요일, 어린이집 친구와 엄마들이 안양천 물놀이장에 함께 가자고 연락을 했지. 그러나 물놀이를 썩 좋아하지 않는 우재를 또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어. 반면 유준이는 너무 좋아할테니 또 데려가고 싶었지.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위대한 계획을 세웠단다. 바로 엄마는 유준이를 데리고 안양천 물놀이장에, 우재는 아빠와 동네 어린이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지. 둥이들이 태어난 뒤 30개월이 넘도록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개별외출이란 것을 해보려고 했단다. 


전날밤에 엄마는 잠자리에서 둥이들에게 설명을 해줬고 유준이와 우재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 

일요일 아침에도 우재는 아빠와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는 설명을 다시 들었고, 고개를 끄덕였지. 

그러나 엄마와 유준이가 나가려는 순간, 우리 우재는 마음이 바뀌었지. 

아이스크림도, 초코렛도, 심지어 라면도 우재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지. 

엄마와 유준이를 기다리던 친구들의 차는 떠나고, 우리집에는 망연자실한 엄마아빠와 유준이, 그리고 현관에서 울고 있는 우재만 남았단다.


다행히 한가지 기회가 더 남아있긴 했지. 동네 소공원에서 하는 물놀이터. 역시나 거기서도 산책에 열중하는 우재를 보며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래도 4식구가 헤어지지 않고 나들이에 나선 것이 어디냐. 그리고 그것도 논거라고 피곤한 듯 집에와서 삼계탕 먹고 낮잠을 쿨쿨 잘 자주는게 어디냐 생각했다.


그래도 우재야. 변심은 그렇게 쉽게 하는게 아니다. 나중에 학교에 들어가고, 또 사회생활할 때 그리 쉽게 마음을 바꾸면 관계가 어려워진단다. 그러니까 한번 결정할 때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단다. 


참, 어제 둥이들이 두루마리를 미친듯이 풀어헤치며 놀때 못하게 하니 울었지. 아빠는 니들이 운건 하나도 안 미안하다. 어제도 얘기했지만 아빠가 안된다는 건 안되는거다. 다만, 그 뒤에도 삐져서 같은 밥상에서 밥 안먹겠다고 한건 좀 미안하다. 눈치빠른 유준이가 쪼르르 뛰어와서 아빠 맘 풀어준 건 참 고맙고... 


우재는 땅에서, 유준이는 물에서....사실 유준이는 물이나 땅이나 노는건 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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