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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Nov 04. 2018

이제는 기저귀와 이별할 시간

2018.11.04

초등학생만 되어도 절대 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 

오늘 아침 유준이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 우재는 꼬마 변기에 오줌을 누었다. 결과는 크게 달랐지만, 행위의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둘다 기저귀 아닌 곳에다 오줌을 눈 것이다!!!


요즘 유준이가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유준이가 언제는 쉽게 잠을 자는 아이였냐고 되묻는다면 달리 할말이 없지만, 전보다 더 심해진 건 맞는 것 같다. 그제는 새벽 1시에 간신히 잠들었다. 


유준이가 잠을 못자는 가장 큰 이유는 '엉덩이가 아파서'이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계속 엉덩이가 아프다며, 기저귀를 벗으려고 한다. 사실 엉덩이가 아플 이유는 없다. 이제는 기저귀가 불편한 것 같다. 


처음에는 엄마에게 엉덩이를 긁어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습해서 그런거 같아 언제부턴가 내가 기저귀 속으로 바람을 넣어주기 시작했다. 그게 시원하고 좋았던 모양이다. 어제는 옆에 누워서 계속 "아빠 불어줘, 아빠 불어줘"라고 요구한다. 


어제는 아내가 1차전을 치르고, 내가 교대해 들어가 2차전을 치르고(문제의 그 불어줘 불어줘), 다시 아내가 3차전을 치르고 나서야 유준이는 잠들었다. 

그러고도 또 새벽에 깬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유준이의 기저귀가 밖으로 나와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유준이가 또 칭얼대서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를 입혀줬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바지랑 이불을 만져보니 아직 젖지 않았다. 


혼자 나와 운동을 한 뒤 욕실에서 씼고 나오니 유준이와 우재 모두 일어나있다. 둘다 아빠에게 할 말이 많아보였는데 유준이는 살짝 풀이 죽은 얼굴이다. 우재는 신나게 달려와서 재잘된다.


결국 유준이는 이불에 오줌을 쌌다고 한다. 아내에 따르면 누워서 "젖었어. 젖었어"라고 외쳤다고. 반면 우재는 기저귀를 내리고 꼬마 변기에 오줌을 싸는데 생애 최초로 성공. 아주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자랑을 한다. 


이제 기저기와 영영이별? 아니다. 이별은 다가오지만 아직은 아니다. 

오전에 몇번이나 더 팬티와 바지를 적신 뒤 유준이와 우재는  다시 기저귀를 입었다고 한다. 시작은 반이라고 했으니 차차 나아지겠지. 


예전에는 얘들을 강하게 가르쳐서 기저귀를 떼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는 추세다. 나도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 기저귀 몇달 더 찬다고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아이들이 원할 때, 자연스럽게 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좀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밥을 먹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짐에서 젖병이 빠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열렸더랬다. 그전에는 놀러가려면 젖병과 세척기구까지 한보따리를 더 챙겨야했다. 기저귀를 떼면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화장실 데려가는게 귀찮기는 하지만 기저귀 가는것보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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