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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Nov 09. 2018

잘난체하는 유준이

2018.11.09

요즘 쌍둥이들은 퍼즐을 좋아한다. 이전에는 던지고 뜯고 침묻히기만 좋아했던 퍼즐을 이제는 곧잘 맞출 줄 안다.

우재가 더 잘한다. 가끔 놀랄만큼 집중력을 보이고, 참을성도 있다. 모서리부터 맞추는 요령을 가르쳐주니 금세 따라한다. 반면 유준이는 조금 해보다가 안되면 "아빠, 도와줘"라고 외치며 포기하기 일쑤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아이들이 조금 늦는건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 문제는 유준이가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다. 우재와 비교가 돼서 그런건지, 혼자 느낀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얼마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엄마아빠 그림에 색칠을 했는데 너무 못했다며 엄마에게 안보여주려고 했다 한다.


비가 오면 비 구경을 나가야 제맛


그제도 그랬지만 어제도 퇴근 후에 퍼즐을 하면서 유준이의 속도에 맞춰주었다. 우재가 1등하는 것은 어쩔 수 없고, 유준이가 2등을 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내 퍼즐을 하나 감춰놓고 맞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역시나 "아빠 도와줘"를 외치더니, 몇번 아빠를 이기고 난 뒤에는 신이 났다. 승부욕도 생겼는지 자기 퍼즐이 좀 어려워보이니 아빠가 맞추던 퍼즐이랑 바꾸기도 한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퍼즐도 유준이가 이겼다. 진짜 실력으로 유준이가 이겼다. 내가 그리 설렁설렁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유준이가 다 맞추고 "내가 이겼다"며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더니 엄마가 재워주려고 기다리는 안방으로 가면서 아빠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아빠, 어려우면 얘기해. 내가 도와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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