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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09. 2018

부쩍 커버린 둥이들

2018.12.09

이제는 물김치도 담그는 둥이들

얼마전 아내와 다이소에 간 길에 아기 수도꼭지를 샀다. 아내는 말렸지만 전부터 사야지 했던 것이라 내가 우겨서 무려 2000원이나 주고 샀다. 화장실 세면대에 꼽으면 수도꼭지가 연장돼서 아이들이 좀 더 손쉽게 손을 씼을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다. 


집에가서 장착을 하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어린이집에서 데려온 뒤 손을 씼기려고 데리고 갔는데...!!! 아이들은 이미 수도꼭지에 손이 닿는다. 심지어 수도꼭지도 열고 닫을 수 있다. 


아니 언제 이렇게 큰거야...물론 세면대 밑에 계단을 두긴 했지만, 매일 씼기고 가글 시킬 때도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당연히 까치발을 들고 간신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 손을 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은 혼자 팔을 걷고 물을 틀고 손을 씼고 있다. 


뭐 그렇다고 그 수도꼭지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구쟁이 유준이가 수도꼭지를 타고 물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뱀'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손을 씼을 때마다, 가글을 할 때마다 뱀을 만들어달라고 한다. 물을 아주 가늘게, 적정량을 내려보내야만 하는 고급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도 곧잘한다.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곧잘 작은뱀, 큰뱀을 만들어낸다. 


이제 세돌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다. 아직 기저귀도 차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없이는 못사는 껌딱지들이지만, 고맙게도 잘 커주고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을 보며 공부를 더 잘했으면, 더 똑똑했으면 하고 욕심을 내겠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비록 감기는 달고 살지언정, 큰 병없이 잘 커줬다. 참 고마운 쌍둥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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