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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06. 2019

이제는 기저귀와 이별할 시간2

2019.01.06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아내는 둥이들의 '탈기저귀' 계획을 세웠다.

일단 유준이는 공룡팬티, 우재는 중장비 팬티를 각 5장씩 준비했다. 

지난 3일, 그러니까 모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히고, 지속적으로 '오줌, 또는 응야가 마려우면 이야기하라'고 이야기해 변기에서 볼일을 보도록 하는 것이다. 퇴근을 해 집에 가니 빨래 건조대에 둥이 팬티와 내복바지가 잔뜩 널려있다. 팬티 10장을 모두 소진한 것이다. 

4일은 나도 쉬는 날이었다. 오전에 아내는 운동을 하러 떠났다. 2시간여동안 전적은 4승1패. 우재가 한차례 실패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라고 생각했다).

섣부른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여지없이 엄빠의 예상을 또 벗어났다. 유준이는 시도때도 없이 오줌이 마렵다고 했고, 우재는 응야를 한뒤에야 이야기를 했다. '5할 승률'이 무너지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오후에 서울식물원을 갈 생각이었기에 다시 기저귀를 차며 '휴전'. 목동 이모네까지 들러서 놀다오면서 휴전을 길어졌고, 우리의 하루도 그리 마무리될 줄 알았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녀석들은 취침을 위해 새 기저귀를 차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나란히 똥을 싸는 '시위'로 엄빠의 방심에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어제. 역시나 승부는 길어졌다. 외출도 안하고 엄빠는 탈기저귀 계획에 '올인'했지만 3일차에도 쉽지 않았다. 둥이들은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고, 나는 쉴새없이 아이들의 팬티와 내복바지를 빨아야했다. 

역시나 하이라이트는 또 자기전에 찾아왔다. 두 녀석 모두 치카치카를 앞두고 오줌을 쌌다. 아내는 물소리가 아이들의 요의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나름 분석을 내놨다. 


생일선물로 옥토넛을 주문하기 전에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홍유준, 홍우재군


출근해서 아내에게 근황을 물어보니, 오늘은 꽤 성공적이라고 한다. 유준이는 응야도 성공했다고 한다. 다시 걱정이다. 내일부터는 다시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다시 리셋되는 것은 아닐지. 언제쯤 기저귀를 완전히 떼어버릴 수 있을지.


근데 또 생각해보면 그리 걱정할 일도 아니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이상 10살 먹도록 똥오줌 못가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어렸을적 늦되기만 했던 나도 초등학교 가기전에 똥오줌은 가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1월2일은 둥이들이 태어난지 꼭 3돌 되는 날이었다. 어느새 부쩍 자란 녀석들은 이제 혼자서 지퍼도 내리고, 바지도 입고벗고한다. 물론 마무리는 엄빠가 해줘야 하지만, 그게 어디냐 싶다. 아내나 나 혼자는 샤워시킬 엄두도 못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의자에 앉혀놓고 샤워기로 물을 뿌려가면서 5분만에 씼기게 됐다. 


기적같은 일이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온 것도, 무사히 자라주고 있는 것도. 내년 이맘때는 기저귀를 언제 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게 날렵한 옷태를 자랑하며 뛰어다니겠지. 그러고보니 참 고맙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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