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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6. 2016

복이는 뚱땡이

2015. 12.16


그제, 그러니까 14일에 병원에 다녀왔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긴 뒤 3번째 방문이다. 이제 가는 길이 익숙해져, 엄청난 길치인 나도 집에서 병원까지 네비없이 갈수 있다. 음하하하핫.

35주하고도 2일, 쌍둥이임을 알았을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36주가 코앞이다. 36주를 채우면(비록 40주는 아니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도 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인큐베이터 신세를 질 수도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내는 지난주 내내 감기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기침이 심해서 계속 배가 흔들렸기에 걱정이 들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아내 뱃속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초음파실에 들어갈 때는 적잖게 긴장이 됐다.

다행히 아이들은 잘 있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머리를 나란히 아래로 향한, 이른바 66 자세로 잘 있던 아이들 중 복이 녀석이 자세를 바꿨다. 머리가 위쪽으로 향한 것이다. 이름하야 69자세!!!!

아내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얼마전부터 복이 녀석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복이는 또이와 달리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이다) 어느 순간 태동이 엄청 아랫쪽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태동의 가장 강력한 원천은 녀석들의 발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복이는 2.6kg으로 단태아 못지 않게 성장했는데 또이는 이제 겨우 2.1kg이다. 원래도 300g 정도 차가 있었는데 이번에 500g 이상으로 더 벌어졌다. 또이의 성장속도도 그리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닌데 복이가 너무 커버린 듯 하다.    

또복이들이 커서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


담당 의사 선생님도 약간 걱정했다. 36주차때 다시 아이들 몸무게를 보고 수술 여부를 고민해보자고 하셨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초긍정 모드’는 여전했다. 가장 힘든 것이 뭐냐는 질문에 아내가 “감기에 걸려 기침이 많다”고 하자 “그게 제일 힘든 것이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칭찬했다. 또 이 페이스라면 36주를 넘어 38주도 가능하고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까지했다. 그럼 또복이들은 나이 한살을 ‘아낄 수’ 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호수 삼계탕에 들러 아내와 닭을 한마리씩 먹었다. 아내는 출산이 다가오면서 생애 최초로 ‘먹고 싶은 것이 없는’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뭐든지 잘 먹고 있다. 단지 예전처럼 먹고 싶은 것이 바로바로, 또는 불쑥불쑥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오늘, 그러니까 12월16일로 35주하고도 4일이 됐다.

다시 한번 아내도, 또복이도 고맙다. 태어나면 속을 썩이는 날도 있을 것이고, 서운한 날도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건강하게 엄마 뱃속을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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