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Mar 31. 2019

월요병에 시달리는 유준이

2019.03.31

이번달부터 둥이들은 새로운 어린이집으로 등원 중이다.

여러이유로 결정했고, 둥이와 엄마는 다시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한반에 5명뿐이었다. 담임선생님은 감사하게도 우리 둥이들을 너무너무 이뻐해주셨다. 집에서는 엄마 껌딱지인 둥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을 가면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녔다고 한다. 

새로 간 어린이집은 훨씬 더 크다. 한반에 16명이고 선생님도 2분이다. 2분 중에 담임선생님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지난번 어린이집 선생님처럼 둥이들에게 세세하게 신경을 써줄 형편은 못되는 것 같다. 

두 녀석 중에서 유준이가 적응에 더 힘들어 한다. 우재는 그럭저럭 놀다가 오는 것 같은데 유준이는 어린이집에서 울보가 되었다. 너무 울어서 아내가 중간에 데리러 간 적도 있고, 아침에 등원하자마자 운적도 있고, 등원길 내내 땅만 보고 간 적도 있다.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어린이집에서 울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인터넷 카페에 올려주는 사진을 보니 나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체육이나 영어 등 특별활동을 할 때는 표정이 밝다. 

새 어린이집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준이에게는 새로운 병이 하나 생겼다. 바로 '월요병'. 일요일 밤만 되면 우울해지는 직장인처럼 유준이 역시 일요일 밤에는 다음날 어린이집 갈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다. 사실 유준이가 더 눈에 잘 띄는 것 뿐이지 우재 역시 힘든 것은 마찬가지 같다. 


둥이들은 다치지도 않았는데 밴드 붙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눈썹사이에 밴드를 붙인 유준이에게 아내는 '순약골 여사'라는 적절한 별명을 지어주었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둥이들을 놀렸다. 아빠도 회사를 가니까. 너희도 어린이집 가는날 아니냐고 물었다. 우재의 눈이 두배는 커지더니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 유준이도 침대에 엎드려 그럴리 없다며 발을 굴렀다. 아직 요일 개념이 없어도 이틀 쉬고 닷새 등원한다는 건 아는 모양이다. 


둥이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 월요병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요일에도 출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는 오늘 출근을 해서 야근까지 한다. 아직 둥이들은 애송이가 맞다. 




작가의 이전글 유모차 시대의 종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