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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24. 2019

말 안듣는 쌍둥이

2019.04.24

쌍둥이지만 그네 타는 취향도 다르다. 유준이는 앉아서 힘차게, 우재는 매달려서 대롱대롱. 

요즘 쌍둥이들은 정말 말은 안듣는다. 귀가 안들려서 그런지 확인해볼 정도다. 아침에 옷을 입히려 해도 수십번을 불러야 하고, 치카치카 하려면 100번쯤 오라고 사정해야 올동말동하다. 

그래놓고 엄마에게 짜증은 엄청 낸다. 뭐든지 큰 소리부터 친다. 지들이 침과 음식으로 범벅을 해놓고 턱받이 갈아달라고 호령을 한다.


달래는 것으로는 안되니 '협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보통은 나갈 때 놓고 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잘 통한다. 할머니집으로 보낸다고도 한다. 역시나 안통한다. 집 밖으로 쫓아낸다고 한다. 실제로 현관 앞에 내놓거나 베란다로 내보내보기도 했다. 걱정된 엄빠가 먼저 문을 연다. 아니 잠그지도 못한다. 그러니 통할리가 없다. 


마침내 엄마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장난감 내다버리기다. 진짜 쓰레기 봉투를 들고 둥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하나하나 담기 시작한다. 둥이들은 사색이 된다. 엄마는 더 속도를 낸다. 모든 장난감을 다 담을 기세로 바삐 움직인다. 둥이들은 울며불며 내달린다. 


지난 주말 또 엄마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엄마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움직이자, 유준이는 울면서 놀이방 입구를 막아섰다. 마치 '지옥의 수문장'같은 포스로. 그러나 '솜털 펀치'와 '새털 발차기'를 자랑하는 유준이의 힘으로 될 리가 없다. 엄마가 툭 치는 것만으로도 지옥의 수문장은 허무하게 뚫렸다. 


아직까지 진짜 버린 적은 없다. 봉투에 담아놓고 다시 잘 달래서 설득하고, 다짐을 받은 뒤 돌려주는 것이 패턴이다. 물론 그 다짐은 30분도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만간 진짜 버리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사주는 일이 생기더라도 충격 요법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전까지 쌍둥이들이 철들 수 있을까...아마 안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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