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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y 19. 2019

멀미하는 우재

2019.05.19

그제 자연농원, 아니 에버랜드를 다녀왔다. 

아침 9시30분에 출발해서 밤 9시에 집으로 돌아온 길고 긴 여정이었다. 

한시간씩 기다린 끝에 사파리 월드와 로스트 밸리를 볼 수 있었고, 지난해에는 못탔던 기차와 회전 목마도 타는데 성공했다. 우재는 중간에 기절하듯이 잠이 든 바람에 못봤지만, 유준이는 판다월드도 가고, 뱀과 거북이, 너구리(사실은 라쿤) 등등도 잔뜩 봤다. 


10시간 가까이 웨건을 몰고 다니느라 손에 물집이 잡혔지만, 둥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힘든 줄도 몰랐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날씨가 흐려 그리 덥지도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재의 멀미였다. 나도 어릴 때 엄청 심하게 차멀미를 했는데 우재가 그걸 그대로 닮은 모앙이다. 나의 경험으로 봐서 크면서 괜찮아지기는 하지만 당장이 문제였다. 우재의 멀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차를 타고 멀리 놀러갈 수가 없다.


우재가 멀미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몇달전인가 차를 타고 가는데 "엄마, 배가 아픈데 응야는 마렵지 않아"라고 말했다. 

말을 못하고,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이전에도 멀미를 계속 했을 것이다. 또 몸이 견디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리기 일쑤였을 것이다. 더 어릴때 차를 좀 오래타면 우재가 악을 쓰고 울어댈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멀미였을지 모른다. 


전에는 배만 아팠는데 이번에는 차에서 구토까지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느라 컨디션이 별로였던 모양이다. 차를 30분도 타지 않았는데  얼마 먹지도 않은 음식을 다 내놨다.  


다행히 에버랜드에 도착해서는 컨디션을 회복했다. 밥도 잘 먹고 놀기도 잘 놀았다. 이미 아침에 체력을 많이 소진해서 오후에는 잠이 들어버렸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데 우재의 안색이 또 안좋아졌다. 에버랜드를 빠져 나오는 길은 급커브가 많은데 우재는 또 토를 하기 시작했다. 에버랜드에서 먹은 것이 많아 양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먹은 음식의 절반 가까이가 팝콘이라 냄새가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것. 


내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갈 때마다 난 초죽음이 되서 돌아오곤 했다. 어머니는 약도 먹이고, 배꼽에 10원짜리 동전을 댄 뒤 파스를 붙이는 이상한 민간요법까지 사용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나의 멀미는 혼자 버스를 타고 다닐만큼 성장하고, 여기에 '키미테'라는 획기적인 멀미패치가 나오면서 잠잠해졌다. 물론 지금도 차안에서 책을 보거나 하면 여지없이 어지럼증이 시작되지만, 그냥 창밖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재도 조금만 더 크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튼, 우재의 멀미가 어서 그치기를. 아빠처럼 길게 가지 말고 단번에 잠잠해지기를. 그리고 우재가 토할 때 "무슨 색깔이냐"고 계속 묻던 유준이만이라도 아빠의 허약체질을 닮지 말기를. 


어깨에 손을 얹어보라는 엄마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유준이. 거부하지 않는 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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