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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ug 16. 2019

유모차 잘가~, 고마웠어.

2019.08.16

아내가 마지막 모습을 황급히 찍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두어달쯤 됐던 것 같다. 아내가 고심끝에 유모차를 샀다. 오자마자 조립을 해두고 아이들을 태워보고, 날이 따뜻해지자 공원으로 나섰다. 

둥이들은 너무도 작아서 유모차에 쏙 들어갔다. 벨트는 헐렁했고, 머리도 잘 가누지 못하는 녀석들이 떨어질까 싶어 조심조심 몰았다. 

유모차를 몰고 나선 길은 쉽지 않았다.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했고, 인도폭은 유난히도 좁았다. 좁은 인도를 가면서 '실례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를 몇번이나 외쳐야 했다. 

저녁에  둥이들을 재울 때 유모차는 참 긴요했다.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몇바퀴 돌면 아이들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잠에 빠지면 아내와 맥주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하기도 했고, 조금 더 익숙해졌을 때는 삼겹살집에도 갔다. 삼겹살집 아주머니는 "아기들이 삼겹살집 올때마다 잔다"며 "신통하다"고 했다. 사실은 삼겹살을 먹기 위해 한시간 넘게 동네를 돌기도 했는데...


날이추우면 유모차 커버를 씌우고 아이들은 담요로 둘둘말아 나갔다. 커버 안쪽에 하얗게 김이 서렸고, 아이들은 신기한듯 손가락으로 찔러보곤 했다. 


이사갈 집을 계약한 뒤에는 밤마다 아이들을 태우고 그 집앞으로 가곤했다. 조금 더 넓고 따뜻한 집에서 아이들 재우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유모차에 태울 때는 전쟁이 벌어졌다. 안타려는 녀석들을 어르고 달래가며 유모차에 태웠다. 유모차에 한가득 장난감을 싣고 떠나기도 했다. 


차를 타고 놀러갈때도 유모차는 트렁크 뒤에서 함께했다. 아이들이 졸려할 때, 또 오르막이나 먼 길을 걸어야 할때는 유모차 만한 것이 없었다. 


어느날 부터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기 싫어했다. 어느새 훌쩍 커서 유모차가 어울리지 않았다. 어쩌다 두녀석이 타면 무거워서 잘 나가지도 않았다. 항상 현관을 꽉 채우고 있던 유모차는 어느 순간 반으로 접혀 놓였다. 그리고 다시 베란다 한켠으로 치워져 한참을 기다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유모차를 찾지 않았다. 


4년 가까운 시간동안 아이들의 발이 되어주던 유모차가 오늘 떠나갔다. 아내가 새로운 주인을 찾아 '드림'을 보냈다. 좀 헐긴 했지만 뼈대와 바퀴가 워낙 튼튼해 한참은 더 기능을 할 것이다. 새로운 주인이 된 분은 어린 아기와 5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한다. 5살짜리가 동생의 유모차를 타고 싶어해 2인용을 써보려 한다고 했다. 


막상 보내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나 아이들이 못보낸다 할까 싶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아마 언젠가는 물을 것이다. 우리 유모차 어디있냐고. 


잘 가라. 둥이 유모차. 태우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길. 우리에게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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