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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ug 19. 2019

'극장 구경' 간 쌍둥이

2019.08.19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자신만만했으나...


어제 쌍둥이들은 난생 처음 영화를 보러갔다. 

얼마전에 뮤지컬 관람도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이번이 도전의 적기라고 생각했다. 

지난달에 한번 권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공룡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니 둘다 눈빛을 반짝였다.(그때는 분명히 그랬다) 

아빠는 라이온킹을 보고 싶었으나 극장에 걸린 관람가능 영화, 그 중에서도 더빙이 된 영화는 한편 뿐이었다. 한중일 합작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혹시 몰라 전날에 유튜브로 예고편도 보여줬다. 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공룡 저공룡 나온다고 알은체를 하며 난리다. 


토요일 오전 극장으로 출발했다. 집앞에서 타요(파란버스)를 타고 역으로 간 뒤 다시 매트(지하철)로 갈아탔다. 극장에 도착하니 시간이 한참 남았다. 한층 아래 식당가에 가서 영화 관람 후 뭘 먹을지도 결정해놓았다. 불고기를 드시고 싶다 하셨다. 

마침 영화관이 있는 7층에서는 바로 아래에 있는 지하철 역이 아주 잘보였다. 지하철과 KTX가 번갈아 오는 모습을 보며 흥분도가 높아졌다. 


마침내 극장 입장.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9열짜리 좌석이 세줄만 있는 아주 아담한 곳이었다. 모두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이었다. 모두가 같은 입장이니 이런 곳에서는 조금 떠들어도, 소리를 질러도 용인이 될 것이다. 적잖이 안심이 됐다. 이제 아이들만 영화를 잘 보면 된다. 그러면 앞으로는 아빠 혼자서도 영화관에 데려갈 수 있을 것이다. 


광고가 끝나고 극장이 어두워졌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배급사 로고가 나타났다. 옆에 앉아있는 우재가 움찔하며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했다. 영화의 배경을 나지막한 배경으로 설명해줬다. 우재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오산이었다. 영화과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온갖 굉음과 액션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소리가 빠질 수 없었다. 우재가 귀를 막았다. 

엄마 옆에 앉아있는 유준이는 그나마 잘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오산이었다. 아내가 유준이를 들어 무릎에 앉힌 뒤 꼬옥 안았다. '무섭다'고 한 모양이다. 순간 우재가 내게 말했다. "밖에 나갈래"

나도 우재를 무릎 위로 옮겼다. 그리고 우재는 다시 말했다. "밖에 나갈래~~~"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그쪽도 비슷한 상황.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인 뒤 둘을 안고 밖으로 나왔다. 

관람시간 대략 7분.....4인가족 총 관람료 3만8000원....

아이들은 나와서는 또 신나했다. 영화 팜플렛을 본 뒤 우리가 본 장면에서는 등장하지도 않는 공룡이 나왔다며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어디선 본거냐...)


영화관을 나오며 포스터 앞에서 인증샷


영화관에서 나오며 우재에게 물었다. "내년에 5살 형아되면 다시 보러올까?" 우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안올래. 무서워". 유준이에게 물었다. "무서워서 나가자고 한거야?" 유준이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고, 너무 길어서..."


영화를 보러갔다가 극장만 보고 왔다. 그나마 인증샷이라도 남아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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