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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27. 2019

위풍당당 유둥이

2019.10.27

유준이는 싱가폴 체질. 우재는 한국 체질. 


이번달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브런치에 매일매일을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쌍둥이들은 오늘도 숱한 경험들을 하고, 몸도 마음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지난주에는 엄마와 이모와 이종사촌누나와 함께 싱가폴에 다녀왔다. 싱가폴에 사는 큰 이모네집에서 일주일동안 실컷 놀다왔다. 아빠를 닮아 낯선 곳에 가면 예민해지는(최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썼다) 우재는 엄마 속을 많이 썩였고, 노는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유준이는 100점 만점에 300점을 받을만큼 잘 먹고 잘 놀았다. 큰 이모가 해준 꼬리곰탕을 그렇게 잘 먹었다고...


지난주 일요일 새벽 5시반에 도착하는 아내와 쌍둥이들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갔다.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40분여를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쪼르르 달려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왠걸 여독 때문인자, 원래 그런건지 그냥저냥 아빠와 포옹하고 끝. 그리고 아빠 차에 올라타서는 집에 올때까지 내내 잤다. 외할머니 집에 아침 먹으러 들러서도 기다리던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별 반가운척을 안하더니, 너무 피곤해서 기절한 엄마를 뒤로하고 지들끼리 집에서 또 신나게 논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알아낸 유준이의 특징. 평소 유준이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데, 잠을 늦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늦게 자기도 하고. 그런데 지난번 체육대회(10월12일) 때나 싱가폴에서 돌아온 날에는 일찍 잤는데도 다음날 늦잠을 잤다. 유준이는 그냥 아침잠이 많은 것으로 결론.


어제 우리 식구들은 장어 외식을 하고 맥주까지 한잔 먹고(둥이들은 쥬스와 감자튀김) 집에 돌아왔다. 둥이들은 손발만 씼고 치카하고 바로 잠들었다. 대략 9시. 우재는 오늘 아침 혼자 잠이 깨서 혼자 놀기 시작. 그러나 유준이는 내가 출근할때까지도 일어나지 않았다. 유준이에게 수면시간 총량은 별 의미가 없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보다.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집에 '찌릉내(표준어로는 지린내)'가 진동을 해서 오전에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도 냄새가 계속 됐다는 것이다. 결국 찾아낸 냄새의 진원지는 유준이의 몸이었다. 늦잠을 자면서 오줌을 싼 모양이다. 그래놓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냄새를 풍기며 돌아다닌 것이다. 변명이 더 가관이다. 네 몸에서 냄새 난다고 했더니 "어쩐지 나도 나더라구", 왜 엄마에게 얘기안했냐고 했더니 "눈 뜨자마자 (냄새가) 났는데 엄마가 (옆에) 없었다"고....당할 수 가 없다. 그 어떤 4살짜리가 이불에 오줌을 싸고도 이렇게 당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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