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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Nov 28. 2019

아빠 닮은 우재

2019.11.28

우재는 나를 참 많이 닮았다.

외모야 훨씬 더 이쁘고 귀엽지만, 성격이나 하는 행동을 보면 영락없이 나다. 

낯 많이 가리고, 낯선데 가면 불안하고, 항상 걱정이 앞서고,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등등

나야 4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일 저런일 겪다보니 저런 성격을 감출 줄도 알고, 제어할 줄도 알아서 큰 문제가 없는데 우재는 이제 겨우 4살이다. 

우재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 지 꽤 됐다. 어휘력은 엄마아빠를 깜짝깜짝 놀라게 할 정도이니 말을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뭔가 불안하고 급하면 더듬는 것 같다. 

사실 나도 아직 말을 더듬는다. 그러나 속으로 더듬는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 같으면 딱 멈추고 한참 생각을 한뒤에 미리 할말을 생각한 뒤에 천천히 다시 시작한다. 그러니 남들은 더듬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우재는 아직 그게 안된다. 흥분해서 떠들 때도 더듬는다. 처음에는 말을 시작할 때만 더듬었는데 지금은 단어 마다 더듬는 경우도 있다. 

엄마 아빠야 언제까지라도 우재가 제대로 말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유준이 모두 우재가 말을 더듬어도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지만, 내년에 가는 유치원에서 새로 만난 친구들은 어떻게 반응할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재를 심리상담센터에 보내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번 엄마와 가서 놀이치료를 할 예정이다. 타고난 성격이아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우재가 조금 더 편안하게, 더 여유있게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주 아빠와 나간 안양천 산책길. 1년도 훨씬 전에 가봤던 정자인데 유준이가 옛날에 아빠와 왔던 곳이라고 기억해서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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