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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12. 2020

마침내 다가온 그날

2020.01.12

그제, 그러니까 2020년 1월10일,금요일. 

둥이들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마침내 열리고야 말았다. 

아침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먼저 보내면서 아내가 그랬다. "군대보낼 때 이보다 더 떨릴까..."

아빠를 닮아 무대공포증이 있을 것이 분명한 둥이들이 과연 무대에 제대로 서 있을 수나 있을까 싶어 나도 걱정이 됐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장을 좀 본 뒤에 공연장소로 향했다. 공연 한시간전부터 표를 나눠준다고 했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부모들이 대기 중. 유둥이가 출발하면서 "엄마, 맨 앞에 앉아야 돼"라고 신신당부했지만 맨 앞줄 표는 이미 다 나가고, 우리는 간신히 6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공연장이 그리 크지 않아 6번째 줄에서도 무대의 선 아이들 표정까지 다 보일만큼 가까웠다. 


마침내 시작된 공연. 둥이들이 속한 반이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우재와 유둥이가 가장 먼저 등장을 했다. 

가서보니, 이 바닥도 아이돌그룹 내 서열과 마찬가지. 가장 뛰어난 가무를 보이는 아이들이 센터를 차지하고, 실력이 떨어질 수록 옆으로 밀린다. 우재와 유둥이가 가장 먼저 나왔다는 것은....맨 오른쪽이란 의미. 아내가 그럴 줄 알고 자리도 오른쪽에 잡은 덕분에 우리는 아이들을 한분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재는 내가 긴장했을 때와 똑같은 얼굴모양으로 나타났고, 집에서는 그렇게 까불던 유준이도 얼굴이 상기되서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 유준이는 맨 앞으로 나간 엄마와 아빠(이 시스템은 음악방송 방청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인지, 공연하는 반의 아이들 부모는 맨 앞줄에 나가고, 아이들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내주고 뒤로 빠진다)를 찾아낸 것 같은데, 우재는 중간에서 지도하는 선생님을 보느라 무대 밖을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노래가 시작되고, 춤도 시작되고, 유준이도 손짓을 하고, 우재도 손짓을 하고....아...사이드로 빠진 애들은 다 이유가 있구나. 그래도 안 울고, 무대를 끝까지 지킨게 어디냐. 

아내는 사진을 찍고, 나는 동영상을 찌고, 다른 아이들의 무대를 즐기다보니 다시 찾아온 합동공연 시간, 이번에는 합창이다. 조금이나마 적응이 됐을 줄 알았는데 상기된 표정은 여전하고, 이번에는 졸린지 눈까지 껌뻑껌뻑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다들 노래부르는데 시끄러운지 귀를 막는 유둥이, 그리고 그걸 또 따라하는 우재. 


어쨌든 잘했다. 대기실로 데리러 가니 이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런 날은 역시 갈비를 먹어야지 하고 동네 갈비집으로 향했는데, 정작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고 한 녀석들은 입맛이 뚝 떨어진 모양이다. 긴장하면 밥 안먹는것까지 아빠를 닮았다. 덕분에 엄빠만 고기 잔뜩 먹고...


여튼 그날이 마침내 다가왔고, 무사히 지나갔다. 이런 일들이 이제 무수히 닥치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잘 헤쳐나갈 것이다. 그날도 그랬듯이. 


그나마 제일 긴장이 풀린 모습을 캡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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