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I 모델
이렇듯 한 분야에서 오래동안 일했던 사람들도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게 어렵다. 특수성과 보편성을 조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특수성을 몇프로로 가져가고 보편성을 몇프로로 가져가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리길 보편성 10000%, 특수성 10000% 는 되어야 비로소 본인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생각을 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흔히들 특별한 상황이나, 특별한 아이디어만을 크리에이티브의 전부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청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없는 보편성이 없는 특수성 만으로는 크리에이티브는 실패하게 된다. 그렇다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보편성만을 내세우면 그 창작물의 새로움이나 매력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보편성, 특수성 둘다 10000%라에는 달해야 한다는 그의 고백이 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ROI 모델]
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광고 전략을 평가하는 모델 중에 DDB NEEDHAM의 ROI 라는 모델이 있다. 광고 전략 모델 ROI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라는 회계용어인 ROI와는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R은 Relevance(연관성), O는 Originality(독창성), I는 Impact(임팩트)
R은 Relevance(연관성)의 앞글자 이고, O는 Originality(독창성), I는 Impact(임팩트)의 앞글자이다. 위에서 특수성과 보편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크리에이티브는 독창적(Originality)이고 임팩트(Impact)가 있어야 하면서도, 제품과 그리고 소비자와 연관성(Relevance)이 있어야 한다. 동떨어진 아이디어는 그것이 아무리 파격적이라고 하더라도 크리에이티브 하다고 볼 수가 없다.
특수성과 보편성의 조화를 구하듯이, 우리는 독창성과 임팩트를 가진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상황과 소비자와 제품과의 렐러번스 또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 근무하게 되면 아이디어는 뛰어난데 렐러번스가 없다는 지적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물론 크리에이터 나름대로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을 테지만, 렐러번스가 없다면 클라이언트나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기 어렵다.
델몬트 오렌지 주스 따봉
2.
흔히들 얘기하는 사례가 델몬트 오렌지 주스 따봉이다. 따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널리 회자된 ‘델몬트 오렌지 주스, 따봉’광고는 아쉽게도 광고로서는 대히트를 쳤으나 따봉과 델몬트 오렌지 주스를 연결시키지 못했다. 렐러번스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따봉 광고는 기억하지만 그 광고가 델몬트 오렌지 주스 광고인지 기억 못한 것이다. 이로인해 전국민이 애용하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음에도 매출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실패한 광고로 남고 말았다. 이러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 뒤이어 따봉주스라는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시기를 놓쳐서인지 역시나 큰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렐러번스의 중요성을 간과한 사례로 지금도 소비자 행동론 같은 교재에서 언급되고 있다.
GS칼텍스의 ‘I’m your energy’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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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내가 생각하는 ROI가 뛰어난 광고는 GS칼텍스의 ‘I’m your energy’ 캠페인이다. 정유회사라는 업의 본질을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선사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 했으며, 아임 유어 에너지라는 컨셉과 슬로건 하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잘 뽑아낸 컨셉은 엄브렐러와 같아서 여러 아이디어와 캠페인 들을 하나의 방향을 향하게 하면서도 서로 연결시킨다. 아이디어와 제품간의 렐러번스 뿐만이 아니라 캠페인 간의 렐러번스도 강한 것이다.
4.
‘아임 유어 에너지’라는 아이디어를 확장시켜 단순히 자동차와 산업 에너지를 담당하는 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소시민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다는 ‘마음이음 연결음’까지 캠페인을 확장시켰다. 이는 아이디어와 컨셉의 렐러번스가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음 연결음은 전화상담자의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전개되었으며, 소비자와 상담자간 전화 연결전 멘트에 ‘제가 사랑하는 엄마가 상담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우리딸이 안내드릴 예정입니다’등의 구체적인 멘트를 집어 넣었다. 소비자는 이러한 구체성에서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전화상담원도 내 주변의 이웃이라는 보편성을 찾았을 것이다.
실제로 이 캠페인 이후로 소비자들의 전화 상담상 폭언이 많이 줄었고, 다른 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멘트를 전화상담 연결음에 집어 넣기도 하였다. 세상을 바꾼 기업의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렐러번스가 강한 아이디어는 크리에이티브의 확장성이 크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그 아이디어를 통해 그 기업을, 또는 그 제품을 쉽게 연상시킨다. 무엇인가를 창작할 때 ROI와 구체성, 보편성을 함께 생각해보자. 우리의 크리에이티브가 세상의 평가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