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었죠.

세대를 타고 내려오는 대물림

by 강은미Eunmi Kang
원망과 비난 대신 이해와 치유로


"그때는 그게 사랑이었다" – 세대를 타고 내려오는 대물림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한 행동과 태도가 사랑이라 믿었습니다.

체벌은 자녀를 바로잡기 위한 엄격한 사랑이었고,

끊임없는 비교는 자녀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자극이었으며,

강한 통제는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전 부모 세대에게는 이런 양육이 자연스러운 사랑의 표현방식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받았던 양육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했을 가능성이 크며,

그 행동이 자녀를 위한 헌신이고 전부 자식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대물림

우리는 부모가 우리에게 보여준 행동이 사랑의 형태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체벌을 받더라도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혼내시는 거야.”, “난 맞아도 돼.”라고 해석하고,

통제를 받더라도 “내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라고 이해합니다.

이렇게 사랑의 정의를 학습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타인에게 화를 낼 권리는 없으며,
누군가의 화를 받아야 할 의무 또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사람들은
대게 그런 방식의 관계와 환경 속에서 자라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타고난 기질의 영향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화를 냈을 때
"맞아, 내가 저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어.
내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어야 했어."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받아들이는 패턴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타인이 선 넘는 행동이나 말을 했음에도
'저 사람은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라고 해석하며,
상대방의 무례함을 이해라고 수긍한 채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방식 외에 다른 형태의 사랑이나 양육 방식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받은 사랑의 방식이 유일한 방법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 양육 방식은
우리에게 스며들어 자리 잡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고 표현하는 패턴이 생기게 됩니다.

체벌을 받은 사람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비교를 받은 사람은 타인과의 상대적 위치에 대한 불안이,
통제를 받은 사람은 권위에 대한 순응이,
이렇게 자동적인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대물림의 연속성

이렇게 학습된 양육 방식과 감정적 패턴은 성인이 된 후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전해집니다.

체벌이 사랑의 표현이라고 경험한 사람들은 자녀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며, 체벌을 가하면서도 이것은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자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정당화합니다.

강한 통제를 통해 보호받았다고 느낀 사람은 자녀를 통제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그게 사랑이었다" 그 세대의 사랑 표현


이러한 대물림은 단순히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사랑의 의미와 신념의 형태로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이런 믿음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은 부모의 행동을 사랑으로 이해함으로써 부모에 대한 분노나 원망을 완화하고,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면 자신이 경험한 방식이 사랑의 유일한 표현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사랑이나 관계 방식을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는 단순한 합리화가 아니라,
어린 시절 생존을 위해 형성된 심리적 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때 나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였고,
그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곧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부모만 있으면 되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
'나는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전히 그 믿음을 놓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을 증명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대물림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

"그때는 그게 사랑이었다"를 인식하는 것이

내가 받은 양육 방식이 사랑의 유일한 형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보여준 방식은 그들만의 사랑의 표현이고,

그것이 사랑의 유일한 표현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지만

자신이 경험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와 양육 방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현재의 삶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사랑의 유일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도 그저 양육되었을 뿐이다.


이해에서 시작되는 치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를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를 단순히 잘못된 사람으로만 보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하는 데 한계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사실 부모 역시 그들만의 양육 환경에서 자랐으며

특정한 행동 패턴과 사랑의 표현 방식을 습득하게 되었고,

그들은 자신이 경험한 방식이 사랑의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라고 믿으며

자녀를 양육하게 되었을 겁니다.



부모도 대물림의 연속선상에 있었다.


부모가 보여준 체벌, 비교, 통제, 조건적인 사랑 등의 행동은 그들 스스로가 이전 세대에서 학습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체벌을 받으며 자라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체벌은 사랑의 표현"이라는 믿음을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자라며 "비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자극"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강한 통제와 조건부 양육 속에서 자라며 "이것이 자녀를 위한 올바른 양육 방식"이라고 학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보여준 행동은 단순한 악의나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험한 양육 방식의 대물림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때론 이런 내용들을 통해 부모에게 잘못을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접근보다는 더 긍정적인 방향이 있습니다.



용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이해에서 시작되는 치유


이해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를 용서하기 위해 이해해야 한다고 접근하면 안 됩니다.



나의 패턴을 이해

부모의 행동이 단순한 개인적 결함이 아니라,

그들 역시 대물림의 연속선상에 있었음을 이해함으로써,

우리가 받은 양육 방식이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세대를 통해 전해진 패턴의 일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물림을 끊기 위한 노력

부모의 행동이 우리에게 대물림된다고 생각해서

단순히 그 행동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생각하거나 다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응하게 되는 것은 무의식적 반응이 가장 큽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수정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부모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모가 보여준 행동이 그들 스스로가 학습한 방식의 결과였음을 인정하는 것

우리가 받은 양육 방식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통해 전해진 패턴의 일부였음을 이해하는 것(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의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스스로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치유


부모를 이해하는 것은 부모를 변화시키거나
그들이 한 행동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려 함이 아닙니다.


우리가 받은 양육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고,
그로 인해 형성된 패턴을 인식하며,
그 패턴을 반복하는 것을 막고,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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