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back to ATPL refresh
회사 교육의 첫 관문은 ATPL refresher course이다. 조종사 면허 자격증을 따고 나서 기다린지 오래라 다들 면허를 따고 나서 지금 교육의 기간까지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의 공백기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타입 레이팅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코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음.. 이미 미리 공부를 많이 한 배치 친구들은 질문을 해 내고, 메뉴얼을 찾아보는 능력에서도 뛰어나다. 뒤쳐진 지식을 끌어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코스가 나를 위한 것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질문보다는 부지런히 프리젠테이션의 정보들을 다시 습득하고 있다.
예전에 내가 atpl 수업을 듣고 혼자서 공부하던 시절을 돌아보면, 작은 싱글엔진 비행기를 몰다가 커다란 운송용 항공기를 배운다는게 굉장히 버겁게 느껴졌다.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았고 어려운 주제를 마주할 때 마다 떡을 한 덩이씩 물 없이 삼키는 먹먹함에 혼자 체하고 소화시키기를 혼자 반복한 것 같다. 지금은 이제 곧 내가 조종하게 될 비행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하기 때문에 정보를 마주하는 내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코스의 기간은 한달 반.
지금은 약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처음 일주일은 수업 교재에 대한 접근도 없었고, 어떻게 시험을 준비해야할 지 몰라 다들 우왕좌왕하는 느낌이었다. 첫 시험을 쳐 보고 나니 수업시간에 쓰는 프레젠테이션과 연관된 내용이라는 것을 느끼고 나니 다가오는 그 다음주도 허둥지둥 하지 않게 되었다. 유난히 내가 어려워했던 과목 수업이 있는 날에는 그 전날 7시간을 꼭 채워서 잠을 잤다. 아무리 시험이 어떻게 나올지 알게 되었다고 해도, 이 다음에 내가 맞이해야할 타입레이팅, 그리고 내 파트너와 함께 계획한 공부들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퇴근후에도 꼭 3시간씩 개인적으로 공부를 해나간다. 회사에서 6-7시간, 집에와서 3시간.. 내가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비행기 정보와 함께 부대끼며 지내고 있다. 그래서 조금 욕심을 낸 날에는 7시간 미만으로 자게 되면, 수업시간에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얼음물을 마셔가면서 잠을 깨우며 수업을 듣는다.
주말에는 알람 없이 주중에 자지 못했던 시간을 보상해주듯 푹 잔다. 금요일 밤 침대에 알람없이 누울때 그 기쁨은 매주 찾아올 예정이다.
또 2주가 지난 시점에는 atptl 시험을 모두 다 치고 타입레이팅에 들어가겠지?
나와 함께 할 기종은 에어버스 320이다. 설렌다.
나의 온 기운을 다해 에어버스 320을 맞이하고, 일상에 녹여낼 생각을 하니 감격스럽다.
아직 본격적으로 어려운 과정들을 부딪치지 않아서 쉽게 나오는 말일지는 모르나, 내가 기다려온 시간, 노력해온 과정들을 생각하면 어려움도 잘 넘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모든 교육과정들을 다 끝내고 내가 정식 부기장으로 회사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날 나는 이 교육생 일기를 브런치에 올릴 예정이다.
그때가 되어 다시 이 글을 읽어보면 그땐 그랬지, 하며 피식 웃게 될지도.
이 교육을 시작할 때 매니지먼트 팀과 미팅을 했을 때 한 캡틴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오늘 너희가 앉아 있는 이 자리에, 사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다. 인생의 커리어 챕터를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니,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봐.
맞는 말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었지만, 그만큼 이 시간은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