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러려니... 또 괜찮아지지

by 나의지금Minow

교육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매 비행 다른 날씨, 컨디션, 비행기의 상태, 승객, 공항 상황 등등

같은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하지만 같은 비행은 없다. 그리고 매 비행 다른 캡틴들을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익히게 된다.




면세품 사러 갔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공항 커피라며 시크하게 건네주시는 커피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은 기억해둬야지.


항공기가 다니는 항로는 waypoint 이름이 있다. 영어로는 아무런 뜻이 없지만 한국어로 생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는 것들이 있으면 카메라에 찍어서 저장해둔다. 이란 상공에 있는 BOTAS 내가 좋아하는 F1 드라이버의 이름이 waypoint 이름이기도 하고, 보살 ㅋㅋㅋ 이 지점을 지나면 괜히 마음을 좀 너그럽게 먹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JINJI 세상 진지해져야하는 waypoint도 있고 앞으로 발견하게 될 재미난 이름들이 또 얼마나 기다릴까 기대도 해본다.




재미난 순간들을 혼자서 차곡차곡 모으면서 무탈하게 비행을 하다가도 와장창 무너지는 날이 있다. 무너지는 순간은 감정이 이성의 선을 못보고 넘어버리는 날인 것 같다. 내가 일을 하고 있는 항공사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항상 믿는 것은 국적,성별, 나이 다 불문하고 사람이 느끼는 진심을 따 똑같다. 좋은 사람,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 뺀질거리는 사람, 인품이 뛰어난 사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을 풍기는 사람.. 이건 개인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는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준비해가서 배우려는 자세로 임하려고 하면 그걸 알아봐줄 거라고 믿는다. 그것은 나의 마음 가짐인 것이고, 상대가 나를 바라보는 것은 내 통제 밖이다.


목구멍까지 차오를만큼 힘에 부치는 비행을 경험했다. 이 기분을 갖고 있으면 나만 손해다.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집에 가서 잘 먹고 잘 쉴건데. 계속 생각하고 힘들어 할 것이냐, 털어버리고 또 다음을 준비할 것이냐. 털어버리자고 쉽게 문장으로는 적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무기력함에 땅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반나절은 널부러져 있다. 시간표 스케줄에 맞춰서 움직이는 틀에서 나를 좀 놓아주고, 괜찮아지면 블로그나 아니면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거린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어떤 부분인지,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외부의 요인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다시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면 나의 대처법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는 내가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 낸 방법으로는 말수를 조금 줄이고

좋음도 싫음도 평소의 내모습만큼 다 표현할 필요도 없고

비행이 끝나면 비행 그 자체만 생각하지, 그 과정의 인간관계가 불필요하게 나를 힘들게 했다면 계속 생각하지 말자.




그러려니~ 또 지나가려니. 지나가고 보면 지금만큼 크게 와 닿지 않을 거니까.

또 고개 숙이고 다음 여정을 향해 나아갑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교육생 일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