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세컨드 오피서 교육이 끝이 났다!
작년 3월 부서이동, 헬싱키에서 마친 320 기종 교육, 11월부터 시작된 라인 훈련까지. 돌아보니 모든 과정이 끝이 났다.
체크 비행을 하는 곳은 쿠웨이트.
쿠웨이트 공항에서의 기억은 departure runway change, Aircraft on ground, unscheduled layover, ATC 택시 클리어런스가 뒤죽박죽에 사인과 마킹들이 흐릿하다. 많은 예상치 못한 변수와 threat들이 공존하는 공항이지만 동시에 길지 않은 시간이고 내가 몇 번 가본 공항이라 좋게 생각하자 마음먹었다.
비행시간은 왕복 2시간 조금 넘는 아침 쿠웨이트 비행.
적어도 8시간은 푹 자야 퍼포먼스가 유지되기 때문에 전날 저녁 7시부터 침대에 누웠다.
개운한 기분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했다. 모든 어플들이 업데이트가 되었는지, 빠진 다큐먼트들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보았다.
훈련 기간동안은 출근 리포팅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비행준비를 했다. 어떤 내용을 캡틴에서 브리핑 해야할 지 정리하고, 플라잇 플랜을 인쇄해서 기다렸다. 비행 편명을 보고 다가오는 캡틴이 보인다. 인상이 좋으신 스리랑카 캡틴이었다. 나의 비행을 감독하실 이태리 캡틴은 아직 오지 않으셔서 비행에 필요한 브리핑들을 먼저 시작했다. 브리핑을 마친 후 함께 비행할 캡틴이 걱정하지 말고,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셨다.
브리핑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을 해주실 이탈리아 캡틴이 오셨는데... 낯이 익다. 내가 크루때 같이 비행을 해봤나? 이런 생각이 들 찰날에 비행기가 바뀌고 주기장 변경, 크루들이 이동하는 데 오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허허
감독하실 캡틴은 중요한 라인 체크 비행에 이런일이 종종 일어나지. 하고 웃으신다.
변동사항때문에 15분이 지연되어 출발을 했다.
캡틴이 첫번째 sector PF, 나는 PM. (Pilot monitoring)
아 정말 더웠다. 마지막 ATIS information을 확인했을 때가 41도 였고 칵핏 온도는 34도였다. 헤드셋과 질끈 넘겨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묵직한 악센트를 가진 교신은 정확하게 대답하기 위해 묻고 또 물었다. 어쩌면 controller에게 나도 그런 존재이겠지. 얘는 이것도 한 번에 못알아듣노.. 그래도 알아들을 때 까지 확인해야지요.
크루즈 레벨에 오르자 바로 착륙준비를 시작했다. arrival briefing을 마치자 descent 시작.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이 없었다. 사실 시간이 있었는지 몰라도 물 한 모금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게 정확하겠다.
다행히 같은 시간대에 도착하는 항공기들이 많이 없어 교신은 바쁘지 않았다.
런웨이를 나오자마자 긴 택시 클리어런스가 주어졌다. 내 눈은 매다, 나의 눈은 매의 눈이다 속으로 외치며 저~~ 기 멀리 보이는 마킹 사인들과 차트를 비교해가며 PF가 택시를 잘 할 수 있게 가이드를 했다. 나중에 파킹 브레이크를 셋팅하고 나서 캡틴이 한 말이 이렇게 마킹때문에 택시하기 어려운건 오랫만이라고 하셨다. 휴. 별 탈 없이 첫 섹터 마무리.
이제 내가 PF 섹터다.
Engine out SID는 MCDU에 들어 있지 않아 손수 셋팅한 것 이외 그라운드에서의 시간은 무탈히 지나갔다. 연료를 더 넣지 않아 조금 더 가벼워진 항공기의 무게, 약간의 gusting wind 컨디션을 고려해서 이륙 완료.
순항 고도에 오르고 크루즈 브리핑을 마친 후 컨트롤을 캡틴에게 넘겨주고 착륙준비를 시작했다. 비행내내 감독하시는 캡틴은 별 말씀이 없으셨다. 다행인거겠지?
조용히 준비해온 도시락을 드신다.
내가 비행 훈련을 받는 동안 가장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descent management.. 오늘은 잘 할 수 있겠지. ATC instruction과 profile 계산 사이에서 제대로 된 모드를 잘 사용하는게 어려웠었다.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마스터 한 것도 아니고 매번 비행마다 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다. fix info radius 기능을 사용해서 speed restriction에 어려움 없게끔 셋팅, 프로파일보다 1500-2000피트 정도는 낮더라도 높은 것 보다는 덜 어려울 거라는 마음으로.
주변에 도하로 가는 비행기들이 많이 없어서 short cut을 받아서 approach를 했다.
configuration도 놓치지 않고 속도에 맞춰서 잘 했고, 센터라인에서 조금 오른 쪽으로 터치다운을 했다. 끝까지 맞춘다고 했는데 허허... 얼른 터치다운하고 센터라인 맞추고 활주로를 빠져나왔다. 마지막 게이트로 진입하기 전 캡틴에게 컨트롤을 넘겨주고 Visual Docking Guidance System 에 stop 사인에 맞춰 파킹 브레이크가 채워졌다.
cabin door disarm, 파킹 체크리스트, 연료 확인 그리고 position data까지 확인했다. 휴
헤드셋을 벗고 나니 후방석에서 손이 불쑥 나온다.
"Congratulations, you passed."
헤헤헤헤 새어나오는 기쁨과 미소가 내 얼굴에 가득했겠지. 기쁨은 더욱 못 숨기는 얼굴이라
함께 비행했던 캡틴도 축하한다고 악수를 건넸다. 두 번의 악수 이후, 짧은 디브리핑의 시간이 왔다.
디브리핑룸에 가서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비행에 대한 셀프 피드백을 하라고 하셨다.
첫번째 PM 섹터에서 교신 clarification, flow에서 놓쳤던 부분
돌아오는 섹터에서 터치다운 센터라인에서 벗어났던 부분
나의 셀프 피드백이 끝나니 아이패드에 적힌 내용을 보여주셨다. 정확히 내가 생각했던 부분을 감독하셨던 캡틴이 피드백에 적어두셨다. 아이디 뒤에 적힌 번호와 생년월일 입력을 한 후 트레이닝 폼이 마무리가 되었다.
따로 디브리핑룸에 갈 필요가 없으니 남은 오후 잘 보내라고 말씀해주시면서
캡틴이 물어보셨다.
"혹시 너 예전에 크루였니?"
"어... 맞는데.. 맞는데 낯이 익는데. 아!!!!!!!!!!!!!!"
예전에 크루들이랑 다같이 몰디브 섬에 놀러갔다가 홍익인간처럼 새빨갛게 타서 돌아온 비행이 있었다. 음식 잘못먹고 탈나서 그 다음날 모든 크루들에게 걱정의 콜을 받았던 그 비행의 캡틴이었다. 캡틴이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그떄 같이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보여주셨는데 오메 2015년이었다.
딱 10년전 이맘때 함께 레이오버를 했던 캡틴이 오늘 내 감독관이 되어서 파이널 라인체크를 봐주셨다. 참 세상 좁고 신기한 인연이었다.
무탈히 체크 비행을 마친 후, 조종실을 떠날 준비를 주섬주섬하고 있었다.
캡틴이 내 노트를 보더니 지금처럼 비행 잘 준비해오고, 특히 처음 6개월 꾸준히 공부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배우는 자세는 갖춰져 있으니 노력에 소홀해 지지 마라고. 그리고 다음에 또 좋은 레이오버 비행이 나오면 크루들 데리고 나가자고 하셨다.
세큐리티를 지나 오늘 함께 비행했던 캡틴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비행 다큐먼트를 반납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약간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이스 카페 모카 한 잔 하고 집으로 가야겠다. 시원한 커피 한 잔 들이키며 오늘 내가 파이널 라인체크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가족, 친구들에게 통과 소식을 알렸다. 좋은 소식을 나눌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었다. 그들이 보내준 인사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힘에 하나도 없어서.. 김밥 한 줄 시켜서 먹었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땀도 많이 흘리고 긴장을 많이 했던 탓인지 요리를 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날에 QDC에서 폭립도 사오고 작은 스파클링 와인 한 병 사와서 축하 밥상을 차려먹었다.
유니폼에 하나였던 스트라이프도 하나 추가하고.
줄 하나 추가되었는데 마음에 지워진 무게감과 책임감은 줄 하나 그 이상인 것 같다.
헷! 해냈다.
수고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