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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로 갑시다

교육생 일기 2

by 나의지금Minow


작년부터 회사의 트레이닝 슬롯이 부족해 조종훈련생들을 핀란드에 있는 트레이닝 센터에 보내기 시작했다. 내 배치 이전에는 이미 4 배치가 교육을 마치고, MPL 교육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직접 타입레이팅 교육을 받으면 2달을 휘몰아 치듯이 스케줄을 소화해내야하지만 교육을 빨리 끝낼 수 있다는 장점,

핀란드에서의 교육은 트레이닝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히지 않기 때문에 눈을 돌려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찰나의 여유가 있다는게 장점. 사실 도하에서 지금 4달째 베이스에 있으니 자연이 그립고 고픈것이 사실이다. 아직 핀란드는 눈이 내리고 있다고 하니, 놓친 것 같은 나의 봄을 북유럽에서 다시 만날 생각을 하니 설렌다. 살면서 또 다시 다른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교육을 받는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기에, 나이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만끽하고 즐겨야한다. 물론 그 중간에 내 생각만큼 늘지 않는 실력에 속상하고 가라 앉는 날들도 당연히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친 나를 달래줄 대자연이 든든하게 바쳐준다 생각하니 이미 마음이 회복이 되는 느낌이다.



5월의 월동 준비


감상은 접어두고, 5월의 추위를 대비해야한다. 회사에서는 46키로까지 들고 가라고 하는데, 티켓에 명시된 것은 35키로그램이다. 추위에 유난히 약한 내가 챙겨야 할 아이템들이 떠오른다.

밥통

전기장판

두꺼운 잠바

등등


밥통이 추위를 견디는데 왜 필요하냐면.. 나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이지. 추운날 모락모락 김이 솟아나는 따뜻한 밥 한 공기에 아무거나 척척 얹어먹는게, 백 그릇의 낯선 스프보다 내 몸을 그리고 타지에서 나의 영혼을 데워주기에 적합할 것이다. 예전에 이미 밥통 없이 3개월 살면서 한국 밥통이 누구보다 가장 큰 영혼의 동반자임을 확인했기에, 포디움 1등 자리를 내어드립니다.


다행인것은 교육 센터에서 유니폼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별도로 옷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유니폼 입는 직업을 하면서 옷 가지수가 점점 적어지는 건 마음 가벼운 일이다. 그리고 더워지면 여름은 그때 생각하지 뭐. 겨울이 더 혹독한 사막살이 n년차 밥통을 사랑하는 1인.



주변에 같은 과정을 마친 동료, 이미 라인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종사들에게 물어본다. 무엇을 준비하면 좋은지, 사실.. 이게 질문을 하고 싶어도 막상 내가 발을 담그고 맞닥드리는게 있어야지 질문도 할 수 있지, 아무것도 모르면 질문도 못한다고.. 그래도 일단은 기본적인 flow들, 메뉴얼 보는 것들은 익혀야한다고 알려주었다.


열에 아홉 내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된 준비, 실수해도 너무 스스로를 몰아가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라고 해주었다. 그들의 시간과 경험에서 나온 말들을 잘 새겨들어야겠다.



내가 늘 꿈꿔온, 햇살이 잘 드는 창 앞에 내 책상을 두었다.. 수채화 풍경같이 펼쳐진 초록 앞에, 나만의 공간에서 새로운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지 발코니에서 눈물 콧물 닦으며 추스리며 작아진 마음을 다시 키우는 날들이 반복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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