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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Sep 08. 2021

아빠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 사골국물



어릴적 내 눈에 우리 아빠는 내 친구들의 아빠와 다른 것 같았다.

TV 드라마 속 아빠들과도 달라 보였다.



아빠는 술을 전혀 안하셨다.

술을 못 드셨던 거 같다.

그래서 아빠가 술에 달큰하게 취하신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골프를 치거나

술잔을 기울이다 흥에 겨워 노래방에 가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등산을 가거나..

이런 활동적인 모습은 아빠와 거리가 있었다.


대신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때때로 레시피 없는 요리를 하고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고...

하는 걸 즐기셨다.



그래서일까?

친구들하고 어울리시는 모습도 좀 달라보였다.


아빠와 친구들, 선배들과의 친구들과의 모임은 주로 우리집에서 하셨다.

여럿이 모이기에 엄마가 직접 요리하여 한상을 차리셨고, 손님들을 위해 술도 준비하셨다.


나는 때때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아빠들의 술자리 한 켠에 앉아있곤 했다.

울 언니나 동생은 전혀 그러지 않았는데 나혼자 그랬다. 그때도 먹을걸 좋아했나봐;;


그 자리에는 <수학의 정석>을 쓰신 홍성대 아저씨,

MBC 뉴스 데스크 앵커 아저씨,

매번 빵을 한가득 사오시던 한량 아저씨,

등등

다양한 조합의 아저씨들이 사부작사부작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들은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며 웃다가 때론 진지한 논의를 하며 뭔가 일을 벌일 기새였다가..

그렇게 너무 길지 않게 그 밤을 즐기곤 하셨다.



아빠 덕분에 <수학의 정석>을 원없이 소유했다.

<수학의 정석>의 저자 홍성대 아저씨가 농담처럼 얘기하셨다.


용돈 필요하면 헌책방에 정석 바꿔 먹거라


요 말씀에 나는 매우 충실했다!

어른들 말씀 잘들어야하니께~ :D


덕분에 나는 동네 커다란 중고서점에서 VIP였다.

매번 새 책을 한아름 가져와서 헐값에 공급해주니..

또 내 절친들에겐 <수학의 정석> 모든 버전을 선물했다는..


그럼에도 내 수학성적은 0점에 가까웠다;;;

홍성대 아저씨 뎨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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