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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Sep 09. 2021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있는 거야...


오늘 아침,

엄마가 거실에서 시청하시던 영상 소리가 방문 너머 들려왔다.


... 엄마가 먼저 하늘나라에 가있는 거야...

다른 내용들 사이로 이 문장이 또렷이 들렸다.


죽음을 앞둔 엄마가 아이들에게 띄우는 영상편지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광고인가 싶기도 했다.


(아마도  영상을 나중에 보게될) 아이들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셨고, 나는 어느새  목소리에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 계신 엄마가 들으시도록 크게 말했다.


나 :  엄마~ 왜 이렇게 슬픈걸 봐요?

엄마 :  이 분, OO네 동서야

나 :  네?????!



유튜브에서 들려오는 그 이야기는 내 사촌동생의 동서의 이야기였다.


그렇다.

‘사촌동생의 동서’란 바꿔 말하면 한번도 본적이 없는 낯선 사람에 다름 아니다.

멀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남도 아니다.


그분은 서른 몇 살의 나이에 대장암 말기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남편과 아이 셋을 남겨두고.....


죽음을 앞에 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너무 안되어 보여서 자녀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지막 인사는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 영상을 남기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된 것이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이 어쩜 이리도 담담할꼬.......’

오열하지 않고 오히려 차분한 그분의 목소리에 마음이 아려왔다.



소설가 백영옥이 말했듯,

이제 나는 세상엔 '기쁨만 넘치는 게' 아닌 슬픔도 함께 있다는 걸 알 만한 나이에 다다랐다.


그리고 최근에는 죽음에 대해서도 조금씩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누구에게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하여.

특별히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이 영원히 곁에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두렵지만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의 의미도 함께 떠올려본다.


이렇게 진짜로 나이가 들어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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