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남자

by 하루에


지금 살고 있는 곳을 자랑해 보라면 좋은 이웃을 자랑하고 싶어요.


바로 앞집, 윗윗집과 특히 친하게 지내요.

상추, 과일, 부침개 등을 나눠 먹고요,

무언가 고장 났을 때 기꺼이 서로 도와요.

서로 택배도 받아주고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공용공간을 청소해요.


소음이 없다는 것 또한 엄청난 자랑이에요. :)



[사건]


맑고 상쾌한 어느 주말 오후,

잠시 외출했다가 집 앞에 다다랐는데

글쎄 어떤 남자가 불 꺼진 우리집 현관에서 무언가를 들고 뒷걸음질로 나오는 거예요!!!



나: 누구세요?!

(최대한 놀라지 않은 척, 최대한 매섭게 물었어요.)


그 남자: ... (아직 뒷모습인 채 무응답)


나: 누구세요오오?!!!!

(그를 좀도둑으로 확신하고 더더 매섭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어요.)


그 남자: ..... (몸을 앞으로 돌려 나와 정면 대치)


나: ... (눈꼬리를 최대한 위로 올려 노려보았어요.)


그 남자: 여기 우리집인데요?!


나: ....... .... ..... ;;;;;;; ;;;; ;;; (아무 답 없이 줄행랑)




글쎄,

제가

우리집보다 한 층 더 올라갔던 거예요!!!!!

으아 ;;;


제가 좀도둑이라 의심한 그 사람은 '윗집 남자'였고요.


우리집으로 빛의 속도로 도망가서 거실에 안착하니 미친 듯이 웃음이 터졌어요!

민망+미안+등신감+미안+미안+미안...의 웃음 ;;;



엄마가 무슨 일인데 그러냐 물으시기에 상황을 말씀드리니,

“그럼 사과를 해야지!”


그.. 그렇죠... 그치만 내 대답은

“엄마, 나 사과 못하겠어.. 민망해서 ;;;”


결국 과년한 딸 대신 엄마가 윗집 남자에게 사과하셨고, 그는 웃으며 사과를 받아주셨대요...

울 엄마 말씀으로, 그의 성격이 참 좋더래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 후로 자꾸 그 위층 남자를 마주치는 겁니다.

아침 출근길이나 주말에 외출하면서요...

저는 최대한 고개를 떨구고 그를 외면했지요 ;;;;


츄리닝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으로

막막 그를 도둑으로 몰아붙일 땐 언제고,

출근길에 마주치면

하이웨이스트 스커트에 스틸레토 힐을 신고

세상 도도한 척...



그에게 난 '아랫집 돌+아이' 일까요..?



#너에게난

#이웃집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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