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이신가 봐요?
이직한 회사에서 다른 부서의 상무님께서 물으셨다.
내 나이를 정확히는 모르시지만 아직 싱글인걸 보고 그렇게 짐작하신 것 같다.
결혼 생각이 없었어요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비혼인척 둘러댔다.
거짓말이다…
이 짧은 대화를 계기로 오랜만에 다시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게, 나는 왜 여태 혼자일까?‘
‘어쩌면 결혼을 못한 건 아닐까…..?’
돌아보니 나는 20대 때부터 늘 결혼을 생각해 왔다.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꿈꾸는 결혼 생활에 대한 상상을 자주 했고, 연애할 때는 서로의 결혼관에 대해 진지하게 나누곤 했다.
언젠가 (당연히) 결혼식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그려온 결혼식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틈틈이 ‘(미래의) 결혼식’ 폴더를 업데이트했다. 다양한 콘셉트로 수많은 이벤트를 기획해 온 나의 전문성을 발휘해 내 결혼식을 최고의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 )
Will you marry me?
살면서 두 번쯤 프러포즈를 받았다.
나에겐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미국 영화에서처럼 ‘진짜 프러포즈’를 받는 거다.
결혼식을 다 정해놓고 마치 필수단계처럼 하는 프러포즈 말고!
“Will you marry me?”라는 질문에 약간 뜸을 들이다가 (수줍게) ”Yes!”라고 대답하는, 인생 최고로 로맨틱한 그 순간 말이다!
지난 인연들 중에서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그들은 프러포즈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해서,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진지하게 우리 평생을 함께하자고 고백했다.
어느 날 오빠(구남친)가 퇴근 후 만나자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여자의 식스센스로 그날이 ‘그날’이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오빠는 장소를 알려 주지 않은 채 차를 몰았다. 그곳을 알아보고 예약까지 해 둔 그는 뿌듯해서 어깨가 솟아 있었다. (귀여워ㅎㅎ)
우리의 이름으로 예약된 테이블은 생화 장미꽃잎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중간에 촛불도 장식되어 있었다. 공간 전체의 조명이 매우 어두워서 우리는 촛불에 의지해 서로의 얼굴을 더욱 가까이 보아야 했다.
그때 우린 사귄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는 진심을 가득 담아 나에게 마음을 전했다. 그날의 무드와 공기는 나에게 “Yes라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나는 그가 좋아하던 눈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내가 상상하던 프러포즈였는데………
그때 우리 참 좋았는데…,,
그런데…………………
왜 우리는 결혼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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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마 다 기억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로맨틱하고 행복에 겨웠던 날들을 뒤로하고, 한쪽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쪽이 그를 어떻게 동굴에서 나오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간들, 오해와 답답함, 그리고 눈물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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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지금 혼자다…
길고 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때로는 원래 비혼이었던 척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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