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사에서의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초조함과 긴장감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 되었고, 일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떻게든 해내고 있었다.
그 당시 프로 구직러인 나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었다.
바로 - '왜 나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가'
첫 번째, 두 번째 회사는 내가 가고 싶었던 곳도 아니었고, 남들에게 자랑 할 만한 '간지'나는 브랜드도 아니었기에 그렇다 치자.
나는 그 두 가지 중에 하나라도 충족이 되면 소속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N사는 확실히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주니어 급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뽑기에 나와 비슷한 연차, 나이의 사람들은 강한 소속감을 느끼며 어떻게 하면 여기서 정규직이 될까, 오래오래 다닐 수 있을 까를 고민하며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필을 해 나갔다.
그런 데 나는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까지 해야돼?' 라는 염세적인 태도가 강했다.
그냥 계약직이고, 어시스턴트인데, 그게 회사가 우리를 보는 시선일 뿐인데,
너희는 왜 그렇게까지 열심인 거야? 라는 선 넘는 생각을 하는 내가 싫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돈 벌고 사는 방법은 정규직 회사원이 되어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었기에, 그런 스탠스를 가진 스스로가 위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나는 한국 사회에서 존나 아싸구나.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정규직이 아니라서 그래.
코로나라 지원 할 포지션이 없어서 그래.
내 꿈인 영화계가 코로나라서 아작나서, 거기를 못 가서 그래.
프로 구직러 안성민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이지 못한 고민을 했다.
그 와중에 가오 잡는 건 좋아해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나의 일을 무지하게 사랑하고 만족하는 척 했다.
슬슬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놀았다, 프로 구직러 답지 못하게 구직도 내려 놓고 말이다.
내가 경영인이라면 그런 애를 제일 먼저 해고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이제 뭐 하고 살면 좋을까나?